대구 칠성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정겨운 사람 사는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복잡한 골목길 사이사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서 저는 특별한 맛집을 찾아 나섰다. 그 이름은 바로 ‘연탄불 석쇠구이 전문점’. 오랜 단골들의 사랑을 받으며 ‘블루리본 서베이’에도 선정되고, ‘백년가게’라는 영예까지 안은 곳이라니, 제 마음은 이미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짙은 연탄불 향이 코를 간질였다. 오래된 듯 정감 가는 내부에는 7개 남짓한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낡은 액자들과 익숙한 듯 낯선 소품들이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겼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아늑함이 나를 감쌌다. 쨍한 형광등 불빛 아래, 낡았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의자들이 묵묵히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시장의 소음과는 대조적으로, 이곳은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나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석쇠 돼지불고기’와 ‘석쇠 소불고기’를 반반씩 주문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2천 원을 더 내더라도 소불고기를 추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주문을 마쳤다. 곧이어 뜨거운 불판과 함께 짙은 불향을 머금은 고기들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얇게 썰린 고기들이 불판 위에 겹겹이 쌓여 올라간 모습이었다. 숯불이 아닌 연탄불 위에서 구워져 나온 고기들은 겉은 바삭하게 익었고, 속은 촉촉함을 머금고 있었다. 붉은 양념이 짙게 배어든 고추장 불고기, 그리고 짭짤한 간장 양념으로 양념된 듯한 간장 불고기. 각각의 양념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따뜻한 된장찌개 한 숟갈을 떠먹었다.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구수한 된장 향이 퍼져 나갔다. 밥과 함께 주문하면 함께 제공되는 된장찌개는, 갓 지은 밥 위에 얹어 슥슥 비벼 먹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겉절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였다.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밥과 함께 쌈 싸 먹기에도 좋았고, 밥에 비벼 먹기에도 훌륭했다.

이제 드디어 고기에 대한 평가를 할 차례. 먼저 ‘석쇠 돼지불고기’를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었다. 얇게 썬 돼지고기가 연탄불에 구워지면서 기름기가 쫙 빠지고,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간장 양념이 과하지 않게 배어들어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고, 은은하게 퍼지는 연탄불 향이 풍미를 더했다. ‘바싹한 간장 불고기’라는 찬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어서 ‘석쇠 소불고기’를 맛보았다. 돼지불고기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숯불 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양념 또한 돼지불고기보다 조금 더 달콤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몇몇 리뷰에서 언급되었던 ‘퍽퍽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얇게 썰린 소고기라 금세 익어 부드럽게 넘어갔다. 2천 원이 더 비싸더라도 소불고기를 추천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바였다. 짙은 불향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훌륭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우동’이었다. 고기를 메인으로 하는 식당에서 우동이 메인 메뉴만큼이나 주목받을 줄이야. 얇은 면발에 멸치 육수가 진하게 우러난 국물, 그리고 튀김과 파채가 곁들여진 우동 한 그릇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별미였다. 고기를 먹다가 살짝 느끼해질 때쯤, 뜨끈한 우동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다시금 고기를 즐길 준비가 된다. ‘우동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는 리뷰를 보았을 때, 얼마나 맛있을까 싶었지만, 직접 맛본 우동은 그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진한 국물 맛은 마치 고향집에서 먹던 엄마의 손맛처럼 따뜻하고 정겨웠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가격’이었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대에, 착한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다. 고추장불고기 정식은 6천 원, 여기에 밥과 된장찌개, 겉절이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식사였다. ‘가격에 비해 구성이 넘 좋다’는 리뷰가 진심으로 와닿았다.
특히 이곳은 ‘단체 모임’이나 ‘혼밥’을 하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1인분도 친절하게 내어주신다는 점은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좁은 내부 공간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테이블 회전율도 빨라 점심시간처럼 붐빌 때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분명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 ‘족발은 윤기가 하나 없고 좀 비리다’는 평도 있었기에, 족발보다는 석쇠 불고기와 우동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이었다. 한 리뷰에서 사장님께서 직접 퐁퐁으로 옷의 오염을 닦아주셨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실제로도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배려와 친절함은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사장님. 직원분 모두 친절하세요’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칠성시장의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짙은 연탄불 향 가득한 석쇠 불고기와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맛보고 싶다면, 이 ‘연탄불 석쇠구이 전문점’을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가격, 맛, 서비스, 분위기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이곳은 나에게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다음 방문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