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오늘 뭐 먹지?’ 하는 고민은 늘 혼자 밥 먹는 나의 최대 숙제다. 특별히 맛있는 게 당기는 날이면, 맛집 탐방은 더 이상 혼자만의 즐거움이 아닌, 꽤나 심오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특히나 비 오는 날씨 탓인지, 따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문득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강북 수유 3동의 한 짬뽕 전문점이 떠올랐다. ‘혼자 가도 괜찮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왠지 모를 설렘이 밀려왔다. 겉보기엔 평범한 동네 중국집 같기도 했지만, 비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안에서 새어 나오는 온기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왠지 모르게 기대감을 자극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했고, 무엇보다 혼자 온 나를 위한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안심이 되었다. ‘아,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엇을 주문할까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짬뽕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바지락 짬뽕, 해물 짬뽕, 고기 짬뽕, 굴 짬뽕, 그리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 짬뽕까지. 혼자 방문했기에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혹시 양이 너무 많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메뉴가 1인분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둘이라면 짬뽕 하나에 탕수육’이라는 리뷰를 본 기억이 떠올라, 오늘은 과감히 ‘얼큰 고기 짬뽕밥’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밥을 선호하는 입맛에 짬뽕밥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점심 피크 시간을 조금 지났음에도 테이블이 꽤 차 있었다. 혼자 온 사람도, 친구와 함께 온 사람도,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보였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만 혼자구나’ 하는 쓸쓸함보다는, ‘이곳이라면 혼자여도 괜찮다’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윽고 기다리던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은 노릇노릇한 빛깔에 바삭함이 살아있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자,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고기의 육질이 입안 가득 퍼졌다. ‘왠만한 중국집보다 맛있다’는 리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튀김 옷도 과하지 않고 적당했으며, 함께 나온 양배추 샐러드와 소스의 조화도 훌륭했다. 혼자 먹기엔 양이 조금 많을까 싶었지만, 묘하게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뒤이어 메인 메뉴인 ‘얼큰 고기 짬뽕밥’이 나왔다. 뚝배기에 팔팔 끓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붉은 국물 위로는 푸짐하게 썰어 넣은 고기와 파, 그리고 다양한 채소들이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웠다. 밥과 함께 나온 짬뽕밥이라 그런지, 마치 잘 차려진 해장국 한 그릇을 받은 느낌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맵다고 적혀 있어서’ 잔뜩 긴장하고 주문한 메뉴였다. 하지만 첫 술을 뜨자, 예상외로 맵다는 느낌보다는 ‘아, 이게 바로 해장국이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리뷰에서 ‘몸에서 반응하는 정도’, ‘땀을 쫙 빼고 해장 제대로’라는 말이 떠올랐다.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따뜻하게 풀어주는 깊고 얼큰한 맛이었다.

고기 짬뽕답게 고기도 듬뿍 들어있어 씹는 맛이 좋았고, 쫄깃한 면발과 함께 밥을 말아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국물은 텁텁한 맛이라기보다는, 고기 육수 베이스에 얼큰함이 더해져 깊고 진한 맛을 냈다.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다른 곳을 가라’는 리뷰도 있었는데,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이곳만의 묵직하고 얼큰한 맛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너구리 라면 국물을 좋아한다면 분명 좋아할 만한,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사실 짬뽕 국물이 꽤 짠 편이라는 리뷰도 보았기에 살짝 걱정했는데, 내가 먹은 얼큰 고기 짬뽕밥은 간이 세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물론 개인의 입맛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다. 오히려 ‘해장하는데는 최고’라는 말이 딱 맞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를 다 비워내고 말았다. ‘다음엔 매운 불 짬뽕으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격도 1인당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로, 양과 맛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편이라고 느껴졌다. 특히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 실감 나는 부분이었다. 주차는 가게 앞에 2대 정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편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조금 위쪽에 노상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아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친절한 서비스와 빠른 음식 제공은 덤이었다. 비 오는 날, 혼자 방문했음에도 전혀 불편함 없이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밥하기 좋은 곳’, ‘혼자여도 괜찮은 곳’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곳이었다. 쫄깃한 면발과 푸짐한 양, 그리고 깊고 얼큰한 국물까지.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맛이었다.
다음번에는 짜장면이나 다른 짬뽕 종류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비 오는 날, 혹은 해장이 필요한 날, 혹은 그냥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당기는 날, 망설임 없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오늘도 혼밥 성공! 강북 수유 3동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