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날이면 늘 고민이다. 어디를 갈까, 뭘 먹을까. 뻔한 메뉴는 질리고, 그렇다고 너무 낯선 곳은 부담스럽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 바로 종로5가 곱창 골목의 ‘예산집’이었다. 예전부터 연탄불에 구운 곱창, 막창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혼자서도 괜찮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발걸음이 향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용기를 내어 혼밥 성공을 다짐하며 문을 나섰다.
가게 앞에 들어서니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혼자 오셨어요? 편한 데 앉으세요.”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첫인사에 긴장이 풀렸다. 다행히 이곳은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너무 좁지 않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어서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과는 사뭇 다른,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감돈다.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야채곱창’ 1인분을 주문했다. 혼밥임에도 불구하고, 1인분 양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다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갔기에 기대감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커다란 철판이 놓이고, 그 위에 먹음직스럽게 양념된 야채곱창이 등장했다. 눈으로만 봐도 푸짐한 양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큼직하게 썰린 곱창과 함께 당면, 양파, 대파, 그리고 푸른 고추가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이곳 곱창의 특별함은 바로 연탄불에 있다. 주문 즉시 주방 안쪽의 연탄불 위에서 1차 초벌 과정을 거치는데, 그때 올라오는 은은한 불 향이 곱창에 깊숙이 배어든다. 철판 위에서 재벌되는 동안에도 연탄불 향이 코끝을 스치며 식욕을 더욱 돋운다. 냄새 하나 없이 아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바로 이 연탄 초벌 덕분인 듯하다. 질기거나 누린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야채곱창의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달짝지근했다.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밥과 함께 먹기 딱 좋았다. 혹시라도 조금 심심하다 느껴진다면, 기본으로 함께 나오는 특제 양념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그 풍미가 배가 된다. 깻잎이나 상추에 싱싱한 쌈 채소, 마늘, 고추와 함께 곱창을 올리고 양념장까지 얹어 한 쌈 크게 싸 먹으면…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정갈했다. 특히 아삭한 식감의 무생채는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깻잎 장아찌도 향긋하니 좋았다. 혼자서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양 덕분에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이대로 식사를 마무리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역시 곱창집에 왔다면 마무리는 볶음밥 아니겠는가.

마무리 볶음밥은 정말이지 필수였다. 시큼하게 익은 김치와 쫑쫑 썬 파, 그리고 김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볶아낸 볶음밥은 고소함 그 자체였다. 숟가락으로 푹푹 떠먹으니,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가 없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완벽한 식사의 마무리를 선사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것을 넘어,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따뜻한 서비스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는 모습 덕분에 혼자 왔음에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1인분 주문도 흔쾌히 받아주시고, 양도 푸짐하게 내어주시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 싶을 때, 이곳 ‘예산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종로5가 곱창 골목에서, ‘예산집’은 나의 혼밥 기준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맛, 양, 친절함,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와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앞으로 곱창이 먹고 싶을 때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로 든든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혼밥, 어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