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여섯 시 반, 이제 막 하루 일과를 마치고 허기를 달랠 곳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익숙한 동대문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분식집. 가게 안 좌석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십분 남짓한 기다림 끝에 운 좋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 위 키오스크에는 다채로운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펼쳐졌다. 네 명의 일행과 나는 각자의 취향을 고려하여 몇 가지 메뉴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가장 먼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매운 김밥’이었다. 밥알 사이사이, 고추의 매콤함과 다른 양념들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었다. 밥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함께 나온 하얀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은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이 소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마도 유화 작용을 통해 지방과 수분을 안정적으로 결합시킨 유화물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혀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매콤함과 부드러운 소스의 조화는, 단순한 김밥을 넘어 하나의 ‘맛의 실험’을 성공시킨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매운 참치 김밥’을 살펴보았다. 이 김밥은 매운 김밥에 비해 양념된 밥의 비율이 적었고, 참치와 야채의 함량이 높았다. 참치 자체의 맛을 즐기는 미식가라면 만족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약간의 건조함, 즉 ‘퍽퍽함’이 느껴졌다. 이는 참치 속 지방이 열에 의해 응고되면서 수분 함량이 감소하는 현상 때문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매운 김밥이 선사했던 복합적인 맛의 경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야채 김밥’은 단독으로 시식했을 때 특별한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밥알의 상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수분 함량을 정밀하게 제어한 듯, 고슬고슬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이러한 밥알의 구조는 떡볶이 국물과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떡볶이의 진득한 양념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면서, 김밥 자체의 심심함을 채워주었다. 떡볶이를 주문한다면 야채 김밥을 함께 시키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메인 요리 중 하나인 ‘떡볶이’는 중간 맛으로 주문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양념의 질감이었다. 묽지 않고 되직한 농도는 떡과 재료들이 양념을 효과적으로 머금게 해주었다. 후추 특유의 알싸함이 도드라지는 맛은 마치 ‘윤옥연 할매 떡볶이’의 초기 버전처럼 느껴졌다. 나는 매운 음식을 즐기는 편인데, 이 중간 맛은 달콤함보다는 약간의 매콤함이 주를 이루었다. 혀의 통각 수용체인 TRPV1을 자극하는 캡사이신의 작용이 분명했다. 풍성하게 들어간 양배추는 씹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맛있는 떡볶이’였다.

국물 요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동’을 주문했다. 이 우동 국물의 맛 또한 훌륭했다. 멸치와 다시마 등 감칠맛의 근원인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았던 것일까? 깊고 깔끔한 국물 맛은 떡볶이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우동 면 자체는 내가 선호하는 식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면의 표면을 코팅하는 밀가루의 느낌이 나에게는 다소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치즈 돈까스’는 밥,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소스와 함께 제공되었다. 돈까스를 따뜻한 상태에서 바로 먹으니, 속에 들어있던 모짜렐라 치즈가 쭉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늘어나는 성질은 치즈의 단백질과 지방 분자가 열에 의해 변성되며 형성되는 복합적인 구조 덕분이다. 튀김옷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운 치즈, 그리고 겉의 풍미까지. 평범한 돈까스를 넘어선 만족감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이 집의 분식 메뉴들은 훌륭했다. 특히 ‘매운 김밥’과 ‘떡볶이’는 혀끝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앞으로도 종종 생각날 것 같은 맛이었다. 서빙해주시는 남자 사장님의 친절함은 식사 경험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더불어 김밥뿐만 아니라 떡볶이, 오뎅탕, 각종 볶음 요리, 우동까지 포장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배달 업체를 통한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는 사실은 이곳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요인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매운 라면’과 ‘치즈 김밥’을 추가로 시도해보았다. 첫 방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시나 매장에서 바로 먹는 음식이 최상의 풍미를 선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도 김밥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았기에, 다른 종류의 김밥 역시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세 번째 방문 때는 ‘매운 김밥’, ‘매운 떡볶이(중간 맛)’, 그리고 ‘매운 우동(중간 맛)’을 주문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중간 맛의 떡볶이와 우동은 꽤나 매웠다. 특히 김밥의 매운맛은 청양고추의 알싸한 향과 함께 목구멍을 자극하는, 다소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매운맛 속에서도 분명한 ‘맛’이 존재했기에, 멈출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매운맛에 약하다면 우동이나 오뎅탕은 순한 맛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혀를 진정시켜줄 국물은 필수적이다. 이 집의 소스는 떡볶이와 함께 제공되지만, 김밥과의 궁합이 단연 최고였다.
김밥은 포장 시에도 일회용 용기에 담겨 나오므로 위생적인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매장은 작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빠르게 나오고 금방 먹을 수 있는 메뉴 구성 덕분에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편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를 넘어, 혀끝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화학적 반응들을 즐길 수 있는 ‘맛의 실험실’과도 같았다. 앞으로 충무아트센터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나는 분명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