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힙한 정식집을 찾았다가 아쉽게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을 때였다. 허기진 배를 채울 곳을 찾아 무작정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이곳, ‘바다여행맛집’에 도착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지붕에 붙은 전화번호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도 환한 목소리로 맞아주시는 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처음엔 혼자 방문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 나를 반겼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직감이었다. 카운터석이나 1인 좌석은 없었지만, 주인 아주머니께서 혼자 오신 손님에게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식당 경력 20년에 횟집 경력 10년이라니, 괜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메뉴판을 보니 계절별로 단 한 가지 메뉴만 제공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른 메뉴도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했다. 정해진 운영 시간이나 브레이크 타임이 따로 없다는 점도 나처럼 불규칙한 식사 시간을 갖는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마치 내 집 주방에서 밥을 짓듯, 바로 지은 밥과 함께 정성 가득한 반찬들을 내어주셨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메인 메뉴인 갈치조림이었다. 당일 공수해온 신선한 생물 갈치로 만들었다는 그 맛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큼직한 갈치 토막이 먹음직스럽게 양념에 졸여져 있었는데,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드럽게 분리될 만큼 연했다.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양념이 갈치 속살 깊숙이 배어들어, 밥 한 숟갈 위에 올려 먹으니 입안 가득 황홀경이 펼쳐졌다.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깊은 감칠맛이 올라와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갓 담근 듯한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살이 꽉 찬 돌게장 또한 비리지 않고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계란물 입혀 구운 소시지 반찬마저도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떻게 조리했는지 섬세하게 느껴질 만큼 모든 음식이 맛깔스러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이었다. 반찬을 싹싹 비우고 나니,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라며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덕분에 리필까지 해서 남김없이 다 먹고 나왔다. 혼자 와서도 이렇게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생선구이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고등어 구이였는데, 노릇하게 잘 구워진 자태가 군침을 돌게 했다. 곁들여 나온 된장찌개 역시 뚝배기 가득 풍성하게 담겨 나와, 보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푸짐함이야말로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 아니겠는가.


이곳은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는 곳이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대신, 조용하고 정겨운 정취가 흘렀다. 혼자 왔다고 해서 어색하거나 눈치 보일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스러운 음식 하나하나에서 ‘잘 오셨다’는 환영을 받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남해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으로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곳이었다. 혼밥은 때로는 외롭고 어색할 수 있지만, 이곳 ‘바다여행맛집’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다는 위로를 가득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