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꽉 막힌 빌딩 숲을 벗어나 잠시나마 숨통을 트고 싶었다. 오늘은 늘 가던 식당 대신, 조금 특별한 곳을 찾아 나서는 날. 관음도 구경 후,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샷’까지 건질 수 있다는 소문난 카페 ‘울릉국화’로 향했다. 걷는 내내 짭짤한 바다 냄새와 시원한 바람이 섞여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푸른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그림 같은 관음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뷰. 마치 엽서 속 한 장면 같았다. 오래된 집을 개조한 듯 정겨우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외관은 이곳이 특별한 공간임을 예감하게 했다. 벽면에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곳곳에 놓인 돌멩이들에도 섬세한 그림이 담겨 있어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점심 식사를 겸할 생각으로 메뉴판을 살펴봤다. 평범한 카페 메뉴 외에도 울릉도 특산물인 호박과 오징어를 활용한 ‘호오전'(호박+오징어전)과, 제주도의 ‘부지깽이’ 나물을 곁들인 요리가 눈에 띄었다. 특별히 ‘호박라떼’와 ‘호박막걸리’, ‘부오전’을 맛보기로 했다. 혼자 온 터라 조금 망설였지만, 바쁜 직장인의 짧은 점심시간을 잊게 해줄 만큼 매력적인 메뉴들이었다.
주문 후, 자리를 잡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울려 퍼졌다. 이 순간만큼은 업무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귀여운 돌멩이 작품들을 구경하며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호오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얇게 썰어 넣은 호박이 노릇하게 익어 달큰한 맛을 더했고, 씹는 맛이 일품인 오징어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갓 부쳐 나와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은 훌륭했고, 함께 나온 간장 양념과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곁들여 나온 나물 반찬 또한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이어서 맛본 ‘호박라떼’는 이색적인 매력이 있었다. 진한 호박의 맛이 강하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부드러운 우유와 어우러져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를 선사했다. 마치 건강한 디저트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에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기대했던 ‘호박막걸리’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살얼음이 동동 뜬 모습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호박의 풍미와 막걸리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술술 넘어가는 맛에 절로 술이 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혹시나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런 느낌 없이 깔끔한 뒷맛을 자랑했다.
특히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사장님의 친절함이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메뉴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으셨다. 엄마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직접 인생샷을 찍어주시기도 했다. 돌멩이에 직접 그림을 그려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장님의 재주와 예술적인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 곳곳에 놓인 수많은 돌 조각품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사장님의 열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친절함까지 만끽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뷰가 좋다는 것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특별한 메뉴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울릉국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바쁜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이렇게 여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울릉국화’에서 제대로 경험했다. 혼자 와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와서 인생샷을 남기며 추억을 쌓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울릉도만의 특별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울릉국화’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코스다. 다시 울릉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찾아 호박막걸리와 호오전을 듬뿍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