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협재, 집밥처럼 정갈한 한상 차림 ‘협재리식당’

제주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머릿속을 맴도는 몇몇 장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협재 근처에 자리한 ‘협재리식당’은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곳이었죠. 많은 분들이 ‘집밥 같은 맛’과 ‘정갈한 한상차림’을 칭찬하는 글들을 볼 때마다, 북적이는 관광지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마침내 제주에 도착한 날, 숙소로 향하는 길에 이곳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 혹시나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무 질감이 살아있는 천장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정겨운 느낌이랄까요. 벽면에는 제주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걸려 있어, 식사를 하기 전부터 편안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해서 답답한 느낌 없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 내부 모습
천장의 나무 질감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가장 기대했던 것은 역시나 갈치구이와 옥돔구이였습니다. 리뷰에서 ‘양이 많다’는 평을 많이 보았기에, 메인 생선구이와 함께 다양한 밑반찬이 제공되는 정식 메뉴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저희는 갈치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분주해지는 주방에서 갓 조리된 음식들이 따뜻하게 나올 준비를 하는 듯했습니다.

이윽고 테이블 위로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마주했을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정말 ‘푸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다채로운 반찬들이 쟁반 한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밥과 미역국을 중심으로, 메인으로 나온 갈치구이 외에도 제육볶음, 갓김치,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장아찌류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반찬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메인 메뉴인 갈치구이였습니다. 두툼하게 썰린 갈치는 겉면이 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었고, 윤기가 흘러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실제로 맛을 본 갈치는 비린 맛 하나 없이 담백하면서도 촉촉한 살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뼈째 발라 먹는 재미도 있었고, 밥 위에 올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제육볶음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든 제육은 밥반찬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쌈 채소에 쌈장, 마늘과 함께 싸 먹으니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맛이었습니다. 맵기 정도도 적당해서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콤달콤한 제육볶음
매콤달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제육볶음도 밥도둑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곁들임으로 나온 다양한 밑반찬들이었습니다. 평소 맛집이라고 찾아가면 메인 요리만 신경 쓰고 밑반찬은 찬밥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갓김치는 알싸하면서도 적당한 익힘으로 입맛을 돋우었고,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 좋았습니다. 멸치볶음 또한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으며, 짭조름한 젓갈류나 정갈하게 담긴 나물 무침 하나하나까지 손맛이 느껴지는 정성이었습니다. 마치 집에서 정성 들여 차려준 밥상처럼, 어떤 반찬 하나 허투루 나온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밑반찬들이 대부분 리필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가지 나물 반찬과 제육볶음까지 리필이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점이 ‘가성비가 좋다’는 리뷰가 많았던 이유를 단번에 납득하게 했습니다. 양이 많아 처음부터 모든 반찬을 다 먹지 못했지만, 정말 맛있는 반찬들은 추가로 요청해서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인상 깊었습니다. 조용하지만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먼저 알아채고 가져다주시는 세심함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반찬 리필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시고,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곳은 혼자 여행 온 사람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단위 손님까지,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한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바쁜 일정 속에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혹은 제주에서 제대로 된 집밥 같은 식사를 경험하고 싶을 때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식당 앞마당의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식사 후 잠시 햇살을 쬐며 쉬어가기에도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해 있어, 식사 후에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았습니다.

협재리식당은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집밥 같은 맛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고 든든함을 채워주는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된다면, 이번에는 옥돔구이나 다른 생선구이 메뉴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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