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문득 따뜻하고 시원한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발걸음이 향하는 곳, 바로 수유에 위치한 이곳이다.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답게, 언제 찾아가도 변치 않는 맛으로 나를 맞이해 주는 곳.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훌훌 한 그릇 비우기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주차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식당 앞에 계시는 안내 요원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주차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훈훈한 온기가 느껴진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과 숟가락, 젓가락 세트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1층에는 10팀 정도 수용 가능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복잡한 시간대를 피해 방문한다면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다.

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바지락 칼국수다. 복잡한 메뉴판은 오히려 선택의 고민을 덜어준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칼국수는 9,000원, 칼국수 곱빼기는 10,000원, 곁들임 메뉴로 떡과 만두를 추가할 수 있고, 소주와 음료도 판매한다. 1인분 주문도 물론 가능하다. 혼밥족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주문을 하고 나면 15분 정도 기다림은 필수다. 갓 뽑은 생면을 바로 삶아내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조차 설렘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테이블 위로 등장한 뜨끈한 칼국수. 뽀얀 국물 위로 싱싱한 바지락과 김가루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다. 첫인상부터 시원함과 푸짐함이 느껴진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 맛본다. 조개 특유의 시원함과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몇몇 리뷰에서 국물이 걸쭉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맛본 국물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깊고 진한 맛을 선사했다. 테이블마다 준비된 청양고추와 다대기를 취향에 맞게 풀어 먹으면,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마치 장칼국수처럼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김치다. 겉절이 김치는 그야말로 ‘마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젓갈 맛이 적절히 느껴지면서도 아삭한 식감과 싱그러움이 살아있어, 칼국수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김치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다.


면발에 대한 평은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어떤 이는 기계로 뽑은 듯 일정하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뚝뚝 끊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면발이 좋다. 소다를 사용하지 않아 뚝뚝 끊기는 듯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다른 집에서 맛보던 쫄깃함과는 또 다른,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면발의 삶음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전혀 불편함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과거에는 바지락의 양이 푸짐했지만, 요즘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9천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넉넉한 양 덕분에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면 포만감까지 느껴진다. 식사 후 바로 옆 우이천 산책로를 거닐면, 소화도 되고 기분 전환도 되어 더욱 좋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맛이나 분위기에 대한 평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곳은 여전히 추억과 맛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나만의 속도로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곳. 다음에도 또 흐린 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 나는 분명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