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문득 발길이 향한 곳은 은평구의 숨겨진 보석 같은 동네였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어떤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중, 왠지 모르게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아늑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 이곳이 바로 오늘 나의 혼밥 목적지, ‘친친악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함께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는 부담스럽지 않아 혼자 온 나에게도 편안함을 선사했다. 시끌벅적한 소음 대신 잔잔한 음악과 낮은 대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실 이곳은 와인바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안주 퀄리티가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이미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인 리스트도 다양했지만, 나는 가볍게 맥주 한 잔을 곁들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소주와 카스 같은 일반적인 맥주는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생맥주, 병맥주, 과일 블렌딩 맥주, 그리고 칵테일과 와인까지, 다채로운 주류 라인업을 자랑한다. 특히 세계 맥주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낯선 맥주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언제나 설렌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정말 다국적인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 싸이클론 스테이크, 감바스 알 아히요, 야끼우동, 반미까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 사이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고사리 파스타’였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사장님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다는 바로 그 메뉴. 국산 들깨가루를 사용해서 고소함과 감칠맛을 제대로 살렸다는 설명을 보니, 이것은 꼭 맛봐야 할 메뉴라고 직감했다. 1인분 주문도 가능한 곳이라 부담 없이 시킬 수 있었다. 혼자 왔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인 ‘싸이클론 스테이크’였다. 얇게 썰어낸 바게트 위에 푸짐하게 올라간 스테이크와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이 요리는,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과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풍성하게 올라간 채소 덕분에 느끼함 없이 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맥주와 곁들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기대했던 ‘고사리 파스타’가 나왔다. 고소한 들깨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짙은 녹색의 고사리가 파스타 면과 어우러져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포크로 돌돌 말아 한 입 맛보는 순간,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들깨의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와 고사리의 은은한 식감이 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텁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마치 크림 파스타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었다. 이것이 바로 사장님만의 특별한 레시피구나 싶었다. 왜 다들 이 메뉴를 극찬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재료와 맛내기에 전혀 아낌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메인 메뉴 두 가지를 맛보고 나니, 왠지 모르게 다른 메뉴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함께 주문한 것은 ‘감바스 알 아히요’였다. 뜨거운 올리브 오일 위에서 지글지글 끓는 새우와 마늘의 향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함께 나온 바삭한 바게트 빵을 소스에 푹 찍어 먹으니, 그 풍부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알싸한 마늘 향과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빵이 순식간에 동이 나버릴 정도였다.

이곳은 놀랍게도 계절마다 신메뉴와 계절 메뉴가 출시된다고 한다. 덕분에 자주 방문해도 늘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와인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화이트 와인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일 것이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었고,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근처 큰 도로 노상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날씨가 좋은 여름철에는 옥상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한번 방문해봐야겠다.
오늘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었다. 무엇을 주문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그 말, 정말 공감하며 나왔다. 은평구 골목길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친친악어’에서의 혼밥은 오늘도 성공이었다. 다음에 누구에게 추천해야 할지 고민도 필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