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서 만난 뜻밖의 유럽, 감성 충전되는 ROAD44 카페 맛집 기행

함양 땅을 밟은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늘봄가든의 갈비찜을 맛보려던 계획이 발단이 되어, 그 근처에 보석처럼 숨겨진 카페 ‘ROAD44’를 발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함양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풍겨져나오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첫인상이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미리 접했지만, 설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왔던 것이 화근이었다. 역시나, 카페 주변은 이미 만차 상태. 몇 바퀴를 돌며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다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불편함은 곧 잊혀졌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빵 굽는 달콤한 냄새와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나를 감싸 안았기 때문이다.

ROAD44 카페 내부 전경
앤티크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ROAD44 내부.

ROAD44의 내부는 첫인상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앤티크한 가구와 모던한 인테리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로스팅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커피 향은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천장을 가득 채운 우드톤의 격자 구조와 그 사이사이 매달린 듯한 조명은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덕분에 답답함 없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층은 주문 공간과 함께 다양한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가득했는데, 갓 구워져 나온 듯한 따뜻한 김이 살짝 서려 있었다. 빵 종류가 다양해서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마늘빵의 향긋한 유혹과 플레인 곡물빵의 건강한 매력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하고 말았다.

음료 메뉴도 다양했는데, 커피는 물론이고 맥주와 하이볼까지 판매하는 점이 특이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산청맥주였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라니, 그 맛이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운전 때문에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대신,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다.

음료 메뉴판
커피, 에이드, 티, 맥주까지 다양한 음료 메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층층이 놓인 계단식 좌석은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을 연출했다. 마치 작은 공연장의 객석처럼, 혹은 누군가의 아지트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계단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카페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마늘빵과 플레인 곡물빵, 그리고 청포도 에이드. 빵은 따뜻했고, 에이드는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먼저 플레인 곡물빵에 치즈를 발라 한 입 베어 물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곡물빵의 풍미와 짭짤한 치즈의 조화가 훌륭했다. 건강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마늘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마늘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청포도 에이드는 기대 이상이었다. 톡 쏘는 탄산과 달콤한 청포도의 조화가 완벽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청포도 본연의 상큼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무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컵 안에 담긴 레몬 슬라이스 한 조각은 상큼함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과하지 않은 단맛 덕분에, 빵과 함께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따뜻한 뱅쇼
향긋한 과일 향이 매력적인 뱅쇼.

카페 한쪽에는 바리스타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문적인 장비들과 다양한 원두들이 눈에 띄었다. 커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로스팅 기계에서 풍겨져 나오는 커피 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벽돌로 마감된 벽면과 은은한 조명 덕분에 ROAD44의 화장실은 마치 잘 꾸며진 스튜디오처럼 느껴졌다. 앤티크한 소품들과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ROAD44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빵과 음료를 즐기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카페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복잡한 생각은 잠시 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페 문을 나섰다. 함양에서 만난 뜻밖의 공간, ROAD44. 그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일상에 지친 나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선물해 준 특별한 장소였다. 함양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ROAD44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맛있는 커피와 빵을 즐기며, 다시 한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다양한 빵이 진열된 쇼케이스
갓 구운 빵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베이커리 코너.
ROAD44 카페 내부
벽돌과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계단식 좌석
독특한 구조의 계단식 좌석.
ROAD44 화장실
세심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화장실.
아인슈패너와 레몬에이드
달콤한 아인슈패너와 상큼한 레몬에이드.
산청맥주
지역 특산물로 만든 산청맥주.
높은 천장과 조명
높은 천장과 독특한 조명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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