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심하게 지나치던 길목에서 낯선 이름의 작은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알 카르본(AL CARBÓN)’이라…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마음에, 며칠 뒤 드디어 그곳을 찾았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멕시코의 정취가 느껴지는 인테리어,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잔잔한 음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서울의 어느 골목에 숨겨진 듯한 맛집을 아산에서 발견한 기분이랄까. 신정호수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코스가 될 것 같았다.
벽면에 걸린 액자들과 소품들은 멕시코의 활기 넘치는 색감을 담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놓인 체크무늬 테이블보는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이미지 속 바 테이블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의자에 앉아 칵테일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타코, 퀘사디아, 파타타스 프리타스와 같이 낯선 이름들이 가득했다. 마치 주문 시스템처럼 최첨단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어색함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뭘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아 몰랑~’ 정신으로 끌리는 대로 주문해보기로 했다. 멕시코 음식 전문점답게 맥주, 데킬라, 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도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마가리타 칵테일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숯불구이 방식으로 조리했다는 타코는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따뜻한 토르티야 위에 듬뿍 올려진 속 재료들은 신선함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고수를 싫어하는 내 입맛에도 거부감 없이 느껴지는 섬세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주문한 파타타스 에스페시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칩 위에 매콤한 소스와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한 입 먹으니, 미국 영화에서 보던 푸짐한 감자튀김의 맛이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맥주를 부르는 맛이랄까.
음식과 함께 곁들인 논알콜 칵테일 ‘보라차 엘사’는 파인애플 주스에 로즈마리와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타코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다음 방문 땐 다른 칵테일도 꼭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알 카르본에서는 QR 코드를 이용한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여 편리함을 더했다. 덕분에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며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 손님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사장님 입장에서 객단가가 낮아질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부디 오랫동안 이 맛을 유지하며 번창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솔직히, 타코 1개의 양은 일반적인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겐 딱 알맞은 양이었다. 여러 종류의 타코를 맛보거나, 다른 메뉴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더욱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을 때, 유교적인 입맛을 가진 어머니께서도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평소 멕시코 음식을 즐겨 드시지 않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해진 밤거리에는 알전구들이 빛나고 있었다. 알 카르본의 간판에도 불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