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디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땡기러 갈까?” 오 사장의 뜬금없는 제안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며칠 전부터 기름진 빈대떡에 시원한 막걸리가 간절했던 터였다. 그는 부산 토박이답게, 이미 맛집 레이더망에 걸려든 곳이 있는 눈치였다. 그렇게 우리는 부산 범일동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멀리서부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40년 전통이라는 간판이 빛나는 ‘범일빈대떡’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사람들은 빈대떡을 맛보기 위해 기다림을 감수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외관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큼지막한 사진 속 빈대떡의 노릇노릇한 자태는, 기다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들 왁자지껄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빈대떡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활기찬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기름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그런 북적거림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빈대떡과 파전, 그리고 막걸리가 주 메뉴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빈대떡과 파전, 그리고 부산 생탁을 주문했다.

주문 후, 기본 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양파 장아찌와 깍두기, 그리고 빈대떡을 찍어 먹을 간장이 나왔다. 특히 양파 장아찌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느끼할 수 있는 빈대떡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빈대떡이 나왔다. 서울에서 흔히 보던 커다란 빈대떡과는 달리, 이곳의 빈대떡은 앙증맞은 크기로 여러 장이 나왔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먹기에도 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맛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뒤이어 파전도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가득 담긴 파전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파, 오징어,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있었다. 젓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으니, 향긋한 파 향과 쫄깃한 해산물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파전의 바삭한 가장자리 부분은 정말 최고였다.

빈대떡과 파전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술이 술술 들어갔다. 특히, 부산 생탁의 부드러운 목 넘김은, 빈대떡, 파전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오 사장과 나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빈대떡과 파전을 해치웠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빈 접시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40년 전통의 부산 빈대떡 맛집, 범일빈대떡. 비록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르고 맛과 재료의 상태가 조금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여전히 그 명성은 굳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친구와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다음에 비가 오는 날에는, 또다시 범일빈대떡을 찾아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기울여야겠다. 그 고소하고 따뜻한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