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찾은 영주.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졌다. 목적지는 ‘산뜰엄니밥상’. 뭉툭한 돌덩이에 투박하게 새겨진 상호가 정겨움을 더했다. 푸른 잎사귀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처럼 편안하게 다가왔다. 바쁜 일상에 지친 나에게,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무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시멘트 건물이 주는 차가움 대신, 흙과 나무가 주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은 칠판에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다. ‘토종닭 들깨 삼계탕’이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었던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메뉴였다. 잠시 고민하다 들깨 삼계탕을 주문했다.
주문 후,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창밖으로는 초록빛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분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식당 곳곳에는 사장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앤티크한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자아냈다. 나무로 엮어 만든 천장, 굵직한 나무 기둥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깨 삼계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버섯 고명이 보기 좋게 올라가 있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코를 찌르는 인삼 향 대신, 은은한 들깨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들깨 향과,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느끼함 없이 담백했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보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들깨 특유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감돌면서,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이 스르륵 발라졌다. 퍽퍽한 닭가슴살조차도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닭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닭 안에는 찹쌀, 대추, 밤, 인삼 등이 듬뿍 들어 있었다. 찹쌀은 푹 퍼져서, 마치 부드러운 죽을 먹는 듯했다. 대추와 밤은 은은한 단맛을 더해주었고, 인삼은 쌉쌀한 향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김치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적당히 익은 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고,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삼계탕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맛은 더욱 돋워졌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슴슴하게 무쳐낸 나물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렸고, 짭짤한 장아찌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마치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했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으셨다. 들깨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 효능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음식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쑥차를 내어주셨다. 은은한 쑥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초록빛 정원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산뜰엄니밥상’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경험이었다. 건강한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영주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산뜰엄니밥상’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들깨 백숙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산뜰엄니밥상’, 이곳은 내게 단순한 맛집이 아닌,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