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념일을 맞아, 작년 이맘때쯤 방문했던 신촌의 작은 와인바를 다시 찾았다. 첫 방문의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탓일까. 묘한 설렘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신촌역에서 내려 경의선 숲길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특유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자리에 앉자, 친절한 직원이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와인바이지만, 이곳은 훌륭한 요리 메뉴를 자랑한다.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고, 새로운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스테이크와 바질 파스타를 주문하고, 내추럴 와인을 글라스로 추천받았다. 와인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었기에, 직원의 설명을 꼼꼼히 들으며 나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기다리던 와인이 나왔다. 투명한 잔에 담긴 와인은 붉은 빛을 띠며, 은은한 과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한 모금 머금으니, 적당히 깊은 맛과 풍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와인과 함께 식전 빵이 나왔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은 와인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다. 먼저 스테이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스테이크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크기로 썰어 입에 넣으니, 풍부한 육즙과 함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굽기 정도도 완벽했고, 함께 제공된 소스와 곁들여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맛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테이크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예술 작품과 같은 비주얼을 자랑했다. 접시 위에 섬세하게 뿌려진 소스와 가니쉬는 스테이크의 맛과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으로 바질 파스타. 신선한 바질 향이 가득한 파스타는, 스테이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면은 쫄깃했고, 소스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파스타 위에 올려진 신선한 바질 잎은, 맛과 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1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음식이 더욱 맛있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맛은 기본이고, 플레이팅이나 분위기까지 모든 면에서 더욱 발전한 듯했다.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은 물론, 가끔 남편과 조용히 외식을 하고 싶을 때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와인 바틀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이다. 보통 와인바에서는 와인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곳은 소매점과 비교해도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덕분에 부담 없이 바틀 와인을 주문하여, 더욱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와인 종류도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희귀한 와인들도 많았고, 직원들의 추천 덕분에 새로운 와인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붉은색, 흰색, 심지어 오렌지색을 띠는 와인까지, 다채로운 선택지가 눈을 즐겁게 했다.

이곳은 테이블 외에 바 좌석도 마련되어 있는데, 혼자 방문하거나 가볍게 술 한잔하고 싶을 때 바에 앉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물건이나 옷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센스 있게 마련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수선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 기념일에도 이곳을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함없는 맛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언제나 나를 만족시킨다. 신촌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거나,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 한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맛집이다. 경의선 숲길 데이트를 마치고 방문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신촌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다음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