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광장을 등지고 좁다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왁자지껄한 역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묘하게 따스했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쿰쿰한 냄새는 어쩐지 정겨웠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이 골목 어귀에 숨어있는, 오래된 노포 한 곳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훅하고 덮쳐왔다. 낡은 연탄 난로 위 양은 냄비처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벽에는 누렇게 바랜 한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테이블은 닳고 닳아 반질거렸다. 마치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미 여러 테이블에서는 닭도리탕과 똥집 튀김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빈자리를 겨우 찾아 앉으니,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 밀려왔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닭도리탕과 닭똥집 튀김이 전부. 오히려 이런 단촐함이 내공이 느껴지게 했다. 닭도리탕 小자와 양념 똥집 튀김을 주문했다. 잠시 후, 놋으로 된 쟁반에 기본 찬들이 먼저 나왔다. 양념에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와 닭똥집 볶음, 그리고 직접 담근 듯한 깍두기. 소박하지만 정갈한 맛이 왠지 모르게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특히 닭똥집 볶음은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도리탕이 등장했다. 테이블 버너 위에 올려진 냄비 안에는 붉은빛 국물이 자작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로 큼지막한 닭고기와 감자,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으니, 냄비 바닥에 수제비가 숨어있는 것이 보였다.
국물이 어느 정도 끓자, 닭고기 한 점을 건져 맛을 보았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부드러운 살코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했는데,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푹 익은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고기와 감자를 번갈아 먹으니, 왜 이 집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닭도리탕을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양념 똥집 튀김이 나왔다. 튀김 위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이 듬뿍 뿌려져 있었고, 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과 쫄깃한 똥집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양념은 어릴 적 먹던 양념 치킨 맛과 비슷했는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었다. 닭도리탕 국물에 푹 찍어 먹으니, 매콤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었다.
닭도리탕에 라면 사리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은 매콤한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발에 양념이 쏙 배어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없이 면을 흡입하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비벼 먹으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마성의 맛이었다.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시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다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친구들끼리 부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연인끼리 닭도리탕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나 또한 이 분위기에 젖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왁자지껄한 부산역 앞. 하지만 나의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덕분이었다. 부산역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닭도리탕에 소주 한 잔 기울여야겠다.
돌아오는 길, 문득 벽에 빼곡히 적혀있던 한자들이 눈에 밟혔다. 그저 오래된 벽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메뉴와 가격 정보가 적혀 있었다. 닭도리탕 소 22,000원, 닭똥집 튀김 9,000원… 가격마저도 정겹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부모님도 이 부산 맛집의 푸근한 정취와 맛에 흠뻑 빠지실 것이다.

부산역 앞, 화려한 네온사인과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노포.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혹은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오늘, 나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잊지 못할 맛있는 경험을 했다.
총평:
* 맛: 닭도리탕은 닭 특유의 잡내가 없고, 매콤달콤한 양념이 일품. 똥집 튀김은 바삭한 튀김옷과 쫄깃한 똥집의 조화가 환상적.
* 가격: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음. 가성비 최고.
* 분위기: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정겨운 분위기. 시끌벅적하지만, 오히려 활기찬 느낌.
* 서비스: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분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음.
* 재방문 의사: 부산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무조건 재방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