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휴가를 내고, 어머니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섰다. 목적지는 이천. 기름 냄새 폴폴 풍기는 도시를 벗어나 탁 트인 논밭을 보니, 묵은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천은 쌀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쌀밥 정식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후보지 중, 어머니와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야반’이었다.
이른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마음은 쌀밥 정식에 꽂혀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한 켠에 마련된 떡 강정을 맛보며 어머니와 수다를 떨었다. 달콤한 떡 강정을 맛보며,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간식 이야기가 나왔다. 역시,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넓고 깔끔한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쾌적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우리는 제육 정식 2인과 임연수 정식 1인을 주문했다. 메뉴를 고르면서도, 어떤 음식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다 맛있어 보여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는 순식간에 진수성찬으로 가득 찼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에 담긴 윤기 자르르 흐르는 쌀밥,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제육볶음, 노릇하게 구워진 임연수,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갖가지 밑반찬들… 눈으로 먼저 음미하는 즐거움이 컸다. 이미지들을 통해 미리 접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한 상 차림은 훨씬 더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웠다.

가장 먼저 쌀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역시, 이천 쌀은 다르다. 갓 지은 밥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찰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돌솥밥이라 그런지,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머니께서도 밥맛을 보시더니, “역시 이천 쌀밥은 최고”라며 감탄하셨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다음은 제육볶음 차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빨간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불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깻잎에 쌈무와 제육볶음을 올려 크게 한 입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특히, 제육볶음 위에 올려진 파채가 신의 한 수였다.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가 제육볶음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임연수 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만 남았다. 어머니께서도 임연수 구이가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튀긴 우엉의 바삭함과 달콤함, 짭짤한 간장게장의 풍미, 슴슴한 나물들의 조화는 훌륭했다. 특히, 갓김치와 배추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젓갈 맛이 강하지 않아, 누룽지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쌈 채소도 신선해서, 제육볶음을 싸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배가 불렀지만, 돌솥에 남은 누룽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처럼 만들어 먹으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구수한 누룽지에 갓김치를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직원분께서 후기를 남기면 이천 쌀을 선물로 주신다는 안내를 해주셨다. 이미 맛있는 식사로 충분히 만족했지만, 이천 쌀까지 받을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께서는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며, “다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이천 ‘야반’은 단순히 밥만 맛있는 곳이 아니었다. 정갈한 음식,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마치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따뜻함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료의 신선함은 물론,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할 만하다.

특히, 넓은 매장 덕분에 단체 손님도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룸도 마련되어 있어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다음에는 가족 모임으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천에서 맛있는 쌀밥 정식을 먹고 싶다면, 주저 없이 ‘야반’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든든한 쌀밥 한 끼로, 몸과 마음 모두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천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이천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임에 틀림없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는 연신 “다음에 또 오자”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 바로 이천 ‘야반’이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소중한 맛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행복한 추억을 마음속에 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