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5사단 신교대 근처에서 맛보았던 그 강렬한 비빔국수의 기억.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문득 그 맛이 뇌리를 스치는 날이 있었다. 망향비빔국수, 그 이름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마법 같은 곳. 서울 강서에서 그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초록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빨간색 “망향비빔국수” 글자가 어찌나 반갑던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설렘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 외벽에 크게 적힌 ‘SINCE 1968’이라는 문구는 이 집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5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위엄이 느껴졌다. 왠지 모를 믿음이 샘솟는달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활기찬 분위기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메뉴는 심플하다. 비빔국수, 잔치국수, 그리고 여름 한정으로 판매하는 콩국수. 곁들임 메뉴로 손만두도 준비되어 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비빔국수와 손만두를 주문했다.
이곳은 선불 시스템이다. 테이블 번호를 확인하고 카운터에서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해야 한다. 빠른 회전율의 비결이 바로 이것인가 싶었다. 벽에 붙은 안내문에는 “빨리 드시려면 테이블 번호를 외운 뒤 계산대로 와서 주문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재밌는 문구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육수가 눈에 들어왔다.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 있는 육수는 셀프로 가져다 마실 수 있다.
멸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육수를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따뜻하게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살짝 칼칼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역시 예전 그 맛 그대로다. 비빔국수를 먹기 전에 속을 달래주기에도 좋고,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멸치 특유의 비린 맛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은, 묘하게 입맛을 돋우는 매력이 있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빔국수가 나왔다. 빨간 양념이 듬뿍 올려진 비빔국수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신선한 오이와 함께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예전에는 삶은 계란도 올라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면은 일반적인 소면보다 약간 두툼한 중면을 사용한다.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면발은, 이 집 비빔국수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한 입 크게 먹어보니, 역시나! 7년 전 그 맛 그대로였다.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잊고 지냈던 미각을 깨우는 듯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이 집 비빔국수가 꽤나 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매운맛 때문에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매울 때는 따뜻한 육수를 한 모금 마셔주면, 매운맛이 조금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함께 주문한 손만두도 나왔다. 큼지막한 만두 4개가 먹음직스럽게 쪄져 나왔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다. 비빔국수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도 덜해지고 든든함도 더해졌다. 특히, 만두피의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풍성한 만두소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일산점에서 먹었던 맛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신맛, 단맛, 짠맛의 조화가 완벽했는데, 오늘은 고춧가루 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다. 풋고추를 너무 많이 넣은 걸까?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처음 망향비빔국수를 먹어본 동행인은 양념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재료는 신선했지만, 양념 맛의 조화가 조금 아쉬웠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맛있는 비빔국수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쫄깃한 면발과 푸짐한 양은 변함없는 매력이었다. 다음에는 비빔장을 조금만 넣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그리고 여름이 가기 전에, 장단콩으로 만든 콩국수도 꼭 먹어봐야겠다.
참고로, 이곳은 4월부터 9월까지만 콩국수를 판매한다고 한다. 콩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가게 한 켠에 쌓여있는 콩자루 더미였다. 콩국수를 주문하면 정말 진하고 고소한 콩국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배는 든든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추억 보정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맛이 변한 걸까. 다음에는 꼭 예전 그 맛을 다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망향비빔국수 강서점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맛있는 국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매콤한 비빔국수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다. 다만,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은 주문 전에 미리 말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물과 육수는 셀프라는 점도 잊지 마시길. 가게 뒤편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망향비빔국수 강서점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국수집이다.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한 번쯤 맛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뜨끈한 멸치육수는 잊을 수 없는 별미다. 추억의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 망향비빔국수 강서점에서 매콤한 행복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총평:
* 맛: 3.5/5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맛있다)
* 가격: 4/5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 분위기: 3/5 (활기찬 분위기)
* 서비스: 3/5 (친절하지만, 바쁜 시간에는 조금 정신없다)
* 재방문 의사: 70% (다음에는 콩국수를 먹어봐야겠다)
팁:
*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은 주문 전에 미리 말씀하세요.
* 물과 육수는 셀프입니다.
* 가게 뒤편에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 여름에는 콩국수를 꼭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