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게 뺨을 간지럽히던 어느 봄날, 문득 코끝을 간지럽히는 매콤한 짬뽕 향에 이끌려 수봉공원 근처의 오래된 중국집, ‘공원장’으로 향했다. 평소 짬뽕을 즐겨 먹는 나였지만, 이곳은 냉짬뽕이 특히 유명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기에 기대감이 컸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20분 정도의 웨이팅이 있었다. 가게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의 정겨운 모습이었다. 붉은색 차양 아래 “공원장”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간판은,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굳건해 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유리창 너머로 언뜻 보이는 분주한 주방의 모습과,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설레는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4인 테이블이 6~7개 정도 놓여 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북적거리는 활기를 더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냉짬뽕과 함께, 탕수육, 간짜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벽에 붙어 있는 메뉴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큼지막한 그릇에 담긴 냉짬뽕과 삼선고추짬뽕의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고민 끝에, 냉짬뽕과 탕수육, 그리고 간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직원 분이 능숙한 솜씨로 테이블을 세팅해 주셨다. 특이하게도, 수저와 기본 반찬인 단무지 등은 셀프바에서 직접 가져와야 했다. 이런 소소한 불편함조차도, 마치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 온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탕수육이었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은, 마치 고기튀김처럼 소박한 모습이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지 않고, 옛날 탕수육 소스 맛 그대로였다. 탕수육을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돼지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굳이 소스를 찍지 않고 소금과 후추만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탕수육 자체의 고소한 맛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간짜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짜장 소스가 면 위에 듬뿍 얹어져 나왔다. 간짜장 소스 안에는 잘게 썰린 양파와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면은 옥수수면을 사용한 듯, 일반 면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다. 간짜장 소스를 면에 잘 비벼 한 입 맛보니,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린 양파의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짬뽕이 나왔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냉짬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붉은 빛깔의 육수 위에는 통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해삼, 새우,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냉짬뽕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 보니,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냉면과 쫄면을 퓨전한 듯한,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맛이었다. 통깨의 고소함이 더해져, 묘한 중독성을 자아냈다. 면은 쫄깃했고,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해삼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냉짬뽕을 먹는 동안, 더위는 완전히 잊혀졌다.
냉짬뽕은 얼핏 보면 물회와도 비슷한 비주얼이지만, 그 맛은 완전히 달랐다. 물회처럼 초장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 매콤함과 시원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마치 살얼음이 낀 듯 차가운 육수는, 더운 여름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했다. 냉짬뽕에 들어간 해산물도 푸짐해서, 면과 함께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새우는 탱글탱글했고, 오징어는 쫄깃했다. 특히, 해삼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냉짬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식사를 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훌륭했다. 공원장은 수봉공원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데다,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수봉공원을 산책하며 소화를 시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공원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냉짬뽕, 탕수육, 간짜장 모두 만족스러운 맛이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냉짬뽕이었다.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육수, 쫄깃한 면, 푸짐한 해산물의 조화는, 지금껏 먹어본 냉짬뽕 중 단연 최고였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냉짬뽕을 인생 냉짬뽕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탕수육 또한, 옛날 스타일 그대로의 맛을 잘 살려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촉촉했다. 탕수육 소스 역시, 너무 달거나 시큼하지 않아 좋았다. 간짜장은 평범했지만, 옥수수면의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 내부가 협소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직원분들이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맛 하나는 확실히 보장된 곳이기에, 이러한 단점들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주차는 가게 앞 1차선 도로에 알아서 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카운터 옆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since 2005”.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이 느껴지는 문구였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수봉공원의 푸르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수봉공원을 거닐었다. 공원에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도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오늘 맛보았던 냉짬뽕의 여운을 느껴보았다.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맛, 쫄깃한 면발, 푸짐한 해산물… 모든 것이 완벽한 냉짬뽕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장은 맛뿐만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오래된 건물, 소박한 분위기, 옛날 스타일의 음식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특히, 냉짬뽕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짬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잊고, 수봉공원을 산책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특별한 냉짬뽕 맛집을 찾는다면, 수봉공원 근처의 “공원장”을 강력 추천한다. 냉짬뽕과 함께, 탕수육, 간짜장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보며, 인천의 맛과 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특히, 여름휴가 때 방문하여 시원한 냉짬뽕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