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뜻밖에도 저는 시원한 평양냉면 한 그릇이 간절해졌습니다.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냉면 이야기에 묘하게 마음이 동했기 때문일까요. 문득 맑고 깊은 육수에 슴슴한 메밀면이 어우러진 평양냉면의 참맛이 그리워졌습니다. 서울에서 평양냉면 맛집으로 손꼽히는 ‘우래옥’ 본점, 그곳에서 겨울 냉면의 진수를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을지로4가역 인근에 자리한 우래옥 본점은 낡은 건물 외관에서부터 오랜 역사를 짐작게 했습니다. 1층 입구에 들어서니 넓은 웨이팅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벽에는 오래된 사진과 언론 기사들이 걸려 있어 우래옥의 깊은 역사를 느끼게 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어 2층으로 안내받았습니다. 2층에 들어서는 순간, 탁한 공기가 느껴져 살짝 아쉬웠습니다. 테이블 아래에는 고기를 굽기 위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탓인지 다리를 편하게 뻗기가 어려워 다소 불편하게 앉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곧 냉면을 맛볼 생각에 불편함은 잠시 잊기로 했습니다. 나무 격자무늬 창살이 드리워진 창밖으로는 겨울 풍경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평양냉면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었습니다. 불고기와 갈비 등 고기 메뉴가 유명한 듯했지만, 저는 오직 냉면만을 바라보고 왔기에 평양냉면과 김치말이냉면을 주문했습니다. 면 종류 식사는 선불이라는 안내에 따라 미리 계산을 마쳤습니다. 삼성페이를 사용하려 하자 직원이 휴대폰을 건네받아 결제하는 방식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뽀얀 육수 위에 슴슴하게 놓인 메밀면, 그 위로 고명으로 올려진 백김치와 무, 그리고 편육이 정갈한 모습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육수부터 한 모금 마셔보니, 잘 익은 백김치의 알싸한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면서 깊은 육향이 입안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겨울 냉면 특유의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메밀 함량이 높은 듯, 툭툭 끊어지는 듯한 면발은 입안에서 은은한 메밀향을 풍겼습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확실한 면의 식감이 훌륭했습니다. 백김치와 무, 편육은 양념에 기대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육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배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은 절제된 가운데 냉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듯했습니다.
평양냉면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김치말이냉면에도 젓가락을 가져갔습니다. 새콤달콤한 김치말이 육수가 입맛을 돋우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치말이냉면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평양냉면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평양냉면 육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물김치 국물 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김치 고명에서도 기름기가 너무 많이 느껴져 다소 느끼했습니다.

곁들여 나온 겉절이는 새콤달콤한 맛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김치말이냉면의 김치 고명처럼 기름기가 많아 아쉬웠습니다.

우래옥 본점에서의 식사는 평양냉면은 만족스러웠지만, 김치말이냉면과 겉절이는 아쉬움이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2층의 탁한 공기와 불편한 좌석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겨울 냉면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육수, 면, 고명의 완벽한 조화는 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평양냉면 맛집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계절을 바꿔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냉면의 기준점 같은 집, 우래옥. 다음에는 불고기와 함께 평양냉면을 맛봐야겠습니다. 면수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나니, 한 그릇의 경험이 또렷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Tip: 우래옥 본점은 1층에 웨이팅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대기 인원이 많은 경우 밖에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2층은 다소 혼잡하고 공기가 탁할 수 있으니, 1층 자리가 있다면 1층을 추천합니다. 면 종류 식사는 선불이며, 삼성페이 결제 시 직원이 휴대폰을 건네받아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