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내고, 콧바람을 쐬러 구미 금오산으로 향했다.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금오산 자락 아래, 매콤한 쭈꾸미 볶음으로 유명한 “한채쭈꾸미”가 오늘의 목적지다. 평소 매운 음식을 즐기는 편이라 잔뜩 기대를 품고 길을 나섰다. 금오산 초입부터 식당을 찾는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에, 과연 소문대로 맛집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겨우 주차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치 유명 관광지 맛집에 온 듯한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나무를 듬뿍 사용한 인테리어 덕분에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홀은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온 나를 직원분께서 창가 자리에 안내해 주셨다. 자리에 앉자마자 키오스크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쭈꾸미 세트 메뉴가 가장 인기 있는 듯했다. 쭈꾸미 볶음, 도토리묵사발, 도토리전, 샐러드가 한상 가득 차려진다는 설명에 망설임 없이 쭈꾸미 세트를 주문했다. 맵기는 ‘보통맛’으로 선택했다. 키오스크 화면에 “신라면 정도의 맵기”라고 적혀 있었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좋을 것 같았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니, 로봇이 음식을 실어 테이블까지 가져다주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쟁반 위에는 쭈꾸미 볶음을 중심으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가득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쭈꾸미 볶음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샐러드는 신선했고, 도토리전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다. 묵사발은 살얼음이 동동 떠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젓가락을 들고 쭈꾸미 볶음부터 맛을 보았다. 한 입 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쭈꾸미는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캡사이신의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18가지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는 양념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맵기는 신라면보다 살짝 더 매운 정도였지만, 맛있게 매운맛이라 계속 젓가락이 향했다. 쭈꾸미에는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함께 나온 샐러드는 아삭아삭 신선했다. 쭈꾸미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샐러드 드레싱은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어서 샐러드 자체로도 훌륭했다. 묵사발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얼음이 씹히는 시원함과 묵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묵사발 국물은 짜지 않고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서 계속 들이키게 되었다. 특히 매운 쭈꾸미를 먹다가 묵사발 국물을 마시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도토리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얇게 부쳐낸 도토리전은 쫄깃한 식감이 좋았고, 은은한 도토리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도토리전에는 채소가 콕콕 박혀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훌륭했다. 도토리전은 쭈꾸미 볶음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매운 쭈꾸미와 담백한 도토리전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쭈꾸미 볶음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바로 비빔밥이다. 밥그릇에 콩나물과 무생채를 넣고 쭈꾸미 볶음을 듬뿍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시원한 무생채가 쭈꾸미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든 쭈꾸미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은 돈까스를 시켜주는 모습이었다. 한채쭈꾸미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매콤한 쭈꾸미 볶음과 시원한 묵사발, 고소한 도토리전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양도 푸짐해서 배부르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보니, 식당 입구에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다. 영수증을 보여주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셨다.

커피를 들고 식당 밖에 마련된 정원으로 나가봤다. 넓은 정원에는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았다. 금오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꿀맛이었다. 저녁에는 분수대에 조명이 들어와서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한채쭈꾸미는 넓은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금오산 근처에 위치해 있어 식사 후 금오산 올레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식당 내부가 다소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조용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쭈꾸미 볶음의 양념 맛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순한맛도 맵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채쭈꾸미는 구미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임에는 틀림없다. 불향 가득한 쭈꾸미 볶음과 푸짐한 세트 메뉴, 아름다운 금오산의 풍경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쭈꾸미 볶음과 돈까스를 함께 즐겨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금오산의 푸르른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 맛본 쭈꾸미의 매콤한 맛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기분 좋은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듯했다. 구미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채쭈꾸미에서 쭈꾸미 볶음을 꼭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