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왠지 모르게 센치해지는 기분에 이끌려 평소 눈여겨봤던 전포동의 한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눅눅하게 젖어있던 마음을 달래줄 술 친구가 간절했던 탓일까.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낯익은 듯, 낯선 듯 정감 있는 글씨체로 상호가 적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다양한 막걸리 병들이 진열된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와인 편집숍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전국 각지의 막걸리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나를 유혹하는 듯했다. 나무로 짜여진 테이블과 의자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고, 벽 한쪽 면을 가득 채운 막걸리 병들은 이 공간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정성을 담고 있는지 짐작하게 했다.

자리에 앉자, 직원분께서 메뉴판과 함께 다양한 막걸리 종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셨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 음료수처럼 술술 넘어가지만 끝에 느껴지는 은은한 술 향… 설명을 듣다 보니, 어떤 막걸리를 골라야 할지 더욱 고민됐다. 마치 소믈리에의 설명을 듣는 듯한 기분으로, 나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에 맞는 막걸리를 신중하게 골랐다. 결국, 나는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호랑이 생막걸리’라는 이름의 막걸리를 선택했다.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가 그려진 라벨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막걸리를 주문하고 나니, 기본 안주로 짭짤한 김치전이 나왔다. 막걸리 한 모금을 들이켜고 김치전을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빗소리가 창밖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니, 그 분위기에 더욱 취하는 듯했다. 이런 날에는 그 어떤 고급 요리도 이 김치전과 막걸리 조합을 이길 수 없으리라.
고심 끝에 선택한 첫 번째 안주는 육전이었다. 얇게 저민 고기에 계란 옷을 입혀 노릇하게 구워낸 육전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육전을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과 고소한 계란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황홀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간은 막걸리를 계속 부르는 마법과 같았다. 곁들여 나온 신선한 채소 무침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함만 남았다.

육전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음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감자전 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아, 다음에는 꼭 명란 감자전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던 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매콤 돼지갈비찜’이었다. 매콤한 양념에 부드러운 돼지갈비찜이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콤 돼지갈비찜이 나왔다. 붉은 양념이 넉넉하게 배어 있는 돼지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돼지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돼지갈비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고, 느끼함 없이 개운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막걸리와의 궁합이 정말 최고였다. 매콤한 갈비찜 한 입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느덧 막걸리 한 병을 비우고, 두 번째 막걸리를 주문할 차례가 왔다. 이번에는 어떤 막걸리를 마셔볼까 고민하다가, 직원분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직원분께서는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막걸리를 추천해주셨다. 바로 ‘나루 생막걸리’였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라고 했던가.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막걸리를 주문하면서, 이번에는 ‘벌교 꼬막찜’이라는 메뉴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꼬막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기대를 가득 안고 기다렸다. 드디어 꼬막찜이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꼬막 껍데기를 까서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함께 나온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바지락 술찜 파스타’다. 얼큰한 국물에 파스타 면을 넣어 끓인 이 메뉴는, 술안주와 식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싱싱한 바지락과 파스타의 조합은 정말 의외였지만, 그 맛은 상상 이상이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정말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막걸리 외에도 전통 약주나 증류 소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준비되어 있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다음 방문 때는 다른 전통주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시간이 늦어지자,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문을 열고 나오니, 여전히 빗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젖은 거리를 걸으며, 오늘 맛보았던 막걸리와 안주들의 향긋한 여운을 느껴본다. 며칠 동안 눅눅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전포동에는 개성 넘치는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이곳은 특히나 연인 또는 썸 타는 이와 함께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서로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혼자 방문하여 조용히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혼자 온 손님들도 꽤 있었다. 다양한 막걸리와 맛있는 안주가 있는 곳, 빗소리마저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곳. 전포동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막걸리 맛집에서, 나는 오늘도 행복한 추억을 한 페이지 더 써 내려갔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막걸리와 안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되는 밤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5명 이상이 방문할 경우 같은 술을 2병 시켜야 잔을 교체해준다는 점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할 예정이라면, 이 점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친절한 서비스, 맛있는 음식, 그리고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에는 비 오는 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창밖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막걸리와 안주를 즐기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그때는 꼭 명란 감자전을 먹어봐야지! 전포동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