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다가온 여름의 문턱. 쨍한 햇살에 이끌려 무작정 나선 길, 우연히 발견한 작은 돈까스집이 오늘의 목적지가 되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동네 식당 같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맛집’의 아우라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아늑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벽 한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돈까스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돈까스가 있었는데, 클래식한 일본식 돈까스부터 퓨전 스타일의 카레 돈까스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 좋았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모듬 돈까스와 시원한 미니 냉모밀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께서 작은 절구와 함께 깨를 가져다주셨다. 톡톡, 절구 안에서 깨가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순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깨를 빻던 기억이 떠올라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직접 빻은 깨를 돈까스 소스에 섞어 먹는 것이 이 집만의 특별한 비법이라고 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돈까스가 나왔다. 돈까스, 치즈돈까스, 생선까스 세 종류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의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먼저, 깨를 듬뿍 넣어 만든 특제 소스에 돈까스를 찍어 먹어보았다. 고소한 깨 향과 달콤 짭짤한 소스가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샐러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신선한 양배추에 상큼한 드레싱이 곁들여져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샐러드 양이 워낙 푸짐해서, 마치 새로운 샐러드 한 접시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치즈 돈까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돈까스 속에는 모짜렐라 치즈가 가득 들어 있었다. 따뜻할 때 한 입 베어 무니, 치즈가 쭉 늘어지면서 입안 가득 고소한 풍미가 퍼져 나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와 쫄깃한 치즈의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생선까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흰 살 생선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느끼함 없이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돈까스와 함께 주문한 미니 냉모밀도 훌륭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육수에 담긴 모밀 면은 더위를 잊게 해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조화는, 돈까스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돈까스를 먹는 중간중간, 냉모밀 육수를 들이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소나기가 쏟아진 후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상쾌함이랄까.
식사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 연인끼리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다양한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돈까스를 맛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통 수제 돈까스의 맛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사장님의 진심 어린 인사에 감동을 받았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까지 완벽한 곳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궐동의 작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이 돈까스집은, 맛과 정(情)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저렴한 공영주차장 덕분에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오산에서 돈까스 맛집을 찾는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미식’의 의미가 아닐까. 다음에 또 방문해서, 그땐 카레 돈까스에 도전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