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앓던 감기가 유행처럼 번지던 겨울, 텅 빈 운동장 한 켠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풍금처럼 외로웠던 날들이 있었다. 콧물 훌쩍이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따뜻한 곰탕 한 그릇을 내어주시곤 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춤을 추고, 숟가락을 들어 후 불어 한 입 가득 삼키면 온 세상 시름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 따스한 기억을 찾아, 문득 연천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댑싸리공원의 붉은 물결을 뒤로하고, 숨겨진 보석 같은 곰탕집, ‘한양옥’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구조였지만 다행히 테이블은 의자식으로 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곰탕과 도가니탕, 소머리곰탕… 고민 끝에,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뽀얀 곰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곰탕과 함께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윤기가 흐르는 밥 한 공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싱싱한 고추까지. 소박하지만 풍성한 한 상 차림에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곰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는, 봉지 김치가 아닌 직접 담근 핸드메이드 김치라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2인에 김치, 깍두기, 고추가 각각 2개씩 제공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맛은 훌륭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올라간 곰탕의 첫인상은 합격점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사골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곰탕처럼,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곰탕 안에 숨어있는 고기 역시 부드럽고 쫄깃했다.
젓가락으로 밥알을 휘저어 곰탕에 말았다. 뽀얀 국물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크게 한 숟갈 떠서 입으로 가져가니, 뜨끈한 국물과 밥알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곰탕 특유의 깊은 풍미가 혀끝을 감도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흐음”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곰탕을 먹는 중간중간,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이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김치는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갓 담근 듯 신선한 고추는 밭에서 바로 가져온 듯 싱싱함이 느껴졌다. 곰탕 한 입, 김치 한 입, 고추 한 입…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먹다 보니, 도가니탕을 시킨 다른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뽀얀 국물 속에 듬뿍 들어있는 도가니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에는 꼭 도가니탕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남은 곰탕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친절하신 사장님의 인사에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문을 열고 나오니, 따스한 햇살이 나를 감쌌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듯했다.
한양옥은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곰탕 본연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깔끔하고 진한 국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다만,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는 점은 아쉬웠다. 곰탕 한 그릇에 만 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밥의 상태가 조금 아쉬웠다는 후기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밥맛이 괜찮았지만, 이 부분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양옥은 연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군인 면회 시 식사장소로도 많이 이용된다고 하니, 든든한 곰탕 한 그릇으로 힘을 북돋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포성 별빛축제에 참여하기 전 따뜻한 국밥으로 속을 채우거나, 댑싸리공원 가는 길에 들러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나는 한양옥에서 곰탕 한 그릇을 통해, 어린 시절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추억과 감동을 선사하는 곳. 연천 한양옥은 그런 특별한 곰탕 맛집이었다. 다음에 또 연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한양옥에 들러 곰탕 한 그릇을 비우며,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연천지역명에 이런 따스한 곳이 있다는건 행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