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훌쩍 다가온 여름의 문턱, 텁텁한 공기와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지쳐갈 때쯤, 문득 강렬한 향신료가 코끝을 자극하는 태국 음식이 간절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렘처럼, 나는 종로의 숨겨진 맛집, ‘드렁킨타이’로 향했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방콕의 작은 골목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담하지만 강렬한 분위기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훅 하고 풍겨오는 이국적인 향신료의 향기가 나를 감쌌다. 마치 태국 현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은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벽면에 붙어있는 태국 사진들과 소품들이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태국 문화의 작은 창구임을 짐작하게 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태국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팟타이, 똠얌꿍, 팟카파오무쌉… 고민 끝에, 나는 가장 끌리는 세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팟타이 새우, 똠얌꿍, 그리고 팟카파오무쌉. 왠지 오늘 하루, 제대로 된 태국 음식으로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음식 사진들은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다음 방문 때는 또 어떤 요리를 맛볼까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들었다. 천장에 걸린 메뉴판 사진을 보니 더욱 배가 고파졌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음식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팟타이 새우였다. 널찍한 접시 위에 탐스럽게 담긴 팟타이는, 볶음면 위로 삐죽 솟아오른 숙주와 부드러운 새우, 그리고 땅콩 가루의 조화가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투명한 숙주와 주황색 당근, 잘게 썰린 쪽파가 면과 어우러져 다채로운 색감을 뽐냈다. 레몬 조각이 곁들여져 있어 상큼함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한 입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고, 중간중간 씹히는 땅콩의 고소함이 풍미를 더했다. 팟타이 특유의 소스는 결코 과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팟타이 한 젓가락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니, 상큼함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똠얌꿍이었다. 붉은 빛깔의 국물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큼지막한 새우와 버섯, 토마토 등이 아낌없이 들어간 똠얌꿍은, 마치 작은 화산처럼 뜨겁게 끓고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그리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오묘한 맛이 혀를 강타했다.

레몬그라스와 고수 등 다양한 향신료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은,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미를 선사했다. 똠얌꿍 특유의 시큼함과 매콤함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해서 숟가락을 들게 만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똠얌꿍이었다. 면사리를 추가해서 먹으니, 든든함까지 더해져 더욱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맛본 팟카파오무쌉은, 돼지고기 바질 볶음 덮밥이었다. 짭짤하게 볶아진 돼지고기와 바질, 그리고 밥 위에 살포시 얹어진 계란 프라이의 조합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알 한 톨 한 톨에 돼지고기 볶음의 맛이 깊게 배어 있어,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함과 짭짤함이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팟카파오무쌉은 단순한 덮밥이 아닌,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훌륭한 요리였다. 돼지고기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바질의 향긋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드렁킨타이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도 만족스러웠다. 팟타이와 똠얌꿍, 팟카파오무쌉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똠얌꿍은 다시 방문해서 먹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뜨끈한 국물은 먹는 내내 식지 않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불편함일 뿐, 음식의 맛은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가게가 협소한 탓에, 많은 메뉴를 시켜놓고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편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드렁킨타이는 주차도 지원한다. 복잡한 종로에서 주차 걱정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였다. 다만, 주차장이 건물마다 나뉘어 있어,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한 개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짧은 태국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랄까. 드렁킨타이는 멀리 떠나지 않고도, 훌륭한 태국 음식을 맛보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뿌팟퐁커리도 꼭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종로에서 맛보는 태국의 향기, 드렁킨타이.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맛집으로 강력 추천한다. 언젠가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 맛보지 못했던 다른 메뉴들도 꼭 한번 즐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