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평양냉면. 슴슴하면서도 깊은 그 육수의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평양냉면 맛집들을 섭렵했지만, 왠지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침 지인이 분당에 숨겨진 평양냉면 고수가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름하여 ‘밀각’. 족발도 수준급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성남으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밀각은 외관부터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 나무 소재로 마감된 외벽에 은은하게 빛나는 간판이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감싸는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윤밀원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평처럼, 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멋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역시나 평양냉면과 족발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족발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밀각의 족발은 뭔가 특별하다는 이야기에 온족발과 평양냉면,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녹두전까지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둘씩 놓였다. 족발과 곁들여 먹기 좋은 쌈 채소와 무생채, 깻잎 장아찌 등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족발을 찍어 먹는 특제 소스였다. 톡 쏘는 겨자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소스는 족발의 느끼함을 잡아줄 것 같았다. 곧이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온족발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족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곁들여 나온 싱싱한 상추와 깻잎, 그리고 매콤한 무생채는 족발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릴 것 같았다.
족발 한 점을 집어 특제 소스에 푹 찍어 입안에 넣으니, 환상적인 맛이 느껴졌다. 족발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정말 쉴 새 없이 먹게 되는 마성의 맛이었다. 족발을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밀각의 족발은 멈출 수 없는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족발을 먹는 내내, 건강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 덕분이리라.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육수 위에는 가지런히 놓인 고기 고명과 오이, 그리고 파가 올려져 있었다. 우선 육수부터 한 모금 들이켜보니,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은 정말 훌륭했다. 면은 메밀 함량이 높은 듯,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살아있었다. 육수와 면의 조화가 정말 완벽했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맛이었다. 아니, 오히려 밀각의 평양냉면이 더 맛있다고 느껴졌다.

냉면 위에 얹어진 고기 고명은 육향이 그대로 살아있어, 면과 함께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족발을 먹을 때 함께 나온 무생채를 냉면에 곁들여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평양냉면을 허겁지겁 먹느라, 족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다음에는 꼭 족발 사진을 잊지 않고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녹두전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녹두전 역시 밀각의 숨겨진 별미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밀각에서는 특이하게도 피자도 판매하고 있었다. 얇은 도우 위에 신선한 채소와 치즈가 듬뿍 올려진 피자는, 왠지 평양냉면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맛이 궁금해졌다. 다음에는 꼭 피자도 함께 주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밀각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족발과 평양냉면 모두 훌륭한 맛을 자랑했으며,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평양냉면은 서울의 유명 맛집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인생 냉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맛 하나만으로도 한 시간 거리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재방문 의사는 당연히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찾아갈 찐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밀각을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분당에서 찾은 보석 같은 맛집 밀각.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기를 응원한다.

참고로 밀각의 평양냉면은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뽀얀 육수와 면, 그리고 고명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특히 얇게 썰린 고기 고명은 육향이 그대로 살아있어, 냉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족발 역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살코기와 껍데기의 비율이 적절하며,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밀각은 성남에서 맛있는 평양냉면과 족발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다. 혹시 분당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