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역 골목길에서 만난 인생 맛집, 도봉구의 숨겨진 카츠다담 이야기

어느 날, 문득 잊고 지냈던 ‘진짜’ 돈카츠의 맛이 떠올랐다. 눅눅한 튀김옷에 갇힌, 기름 냄새만 가득한 그런 뻔한 맛이 아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돼지고기 본연의 풍미가 살아 숨 쉬는 그런 돈카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싣고 방학역으로 향했다. 도봉구청 근처, 아는 사람만 안다는 작은 카츠집, ‘카츠다담’이 오늘의 목적지였다.

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조금 걸으니, 아담한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2석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이 나무 테이블을 비추고, 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가게 내부 천장에 달려있는 일본식 등
가게 내부에 은은하게 빛나는 일본식 등불이 아늑한 분위기를 더한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히레카츠, 로스카츠, 치즈카츠 등 다양한 종류의 카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는 ‘다담세트’를 주문했다. 히레카츠와 로스카츠를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주문 후, 잠시 가게 안을 둘러봤다. 주방은 오픈 키친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요리사 두 분이 깔끔하게 머리를 미신 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위생적인 모습에 더욱 믿음이 갔다. 천장에는 붉은 빛깔의 일본식 등불이 달려 있었고, 벽에는 일본 만화 캐릭터 그림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구석구석 정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다.

주방 내부 모습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과 요리사들의 모습에서 신뢰감이 느껴진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담세트가 나왔다.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담긴 카츠와 밥, 미소국, 샐러드, 그리고 다양한 소스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히레카츠는 부드러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로스카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샐러드에는 유자 드레싱이 뿌려져 있어 상큼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다담세트 전체 모습
히레카츠와 로스카츠, 샐러드, 밥, 미소국까지 완벽한 한 상 차림.

먼저 히레카츠를 한 점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옷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졌다. 그리고 드러나는 돼지고기의 섬세한 속살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은은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정말이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만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이번에는 로스카츠를 맛볼 차례. 히레카츠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겉은 더욱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지방이 적당히 섞여 있어 고소한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튀김옷은 마치 거머리처럼 고기에 완벽하게 밀착되어 있어, 퀄리티가 아주 좋았다.

카츠와 함께 제공된 다양한 소스들도 인상적이었다. 돈카츠 소스, 소금, 와사비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카츠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히말라야 핑크 소금 또한 카츠 본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유자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는 상큼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줬다.

치즈카츠와 히레카츠
치즈카츠의 풍부한 치즈와 히레카츠의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져 카츠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미소국은 살짝 짠 듯했지만, 카츠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밥과 국은 부족하면 더 제공해 준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예전에 즐겨 먹던 카레 돈카츠가 떠올랐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직원분께 카레 추가가 가능한지 여쭤봤다. 다행히 카레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하셨다. 곧이어 나온 카레는 깊고 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겉바속촉의 히레카츠와 매콤한 카레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다만, 카레의 양이 조금 적다는 점이 아쉬웠다.

메뉴판
다양한 카츠 메뉴와 곁들임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하고 기분도 좋아졌다. 카츠의 퀄리티는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여름이라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 음식이 빨리 식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 정도 맛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카츠다담은 좌석이 10석 정도로 협소하지만, 그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혼자 방문해서 바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담정식
정갈하게 차려진 다담정식 한 상.

카츠다담은 평일 점심시간에는 손님들로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카츠다담의 맛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 역시 카츠다담을 방문한 후, 이곳의 단골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술 한잔과 함께 스낵바 메뉴를 즐겨보고 싶다. 특히, 민머리 아니면 장발은 무조건 어딘가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처럼, 삭발하신 사장님의 요리 실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방학역 근처에서 제대로 된 돈카츠를 맛보고 싶다면, 카츠다담을 강력 추천한다. 겉바속촉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이다. 카츠다담에서 맛있는 돈카츠를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카츠다담의 뜻이 궁금해졌다. ‘다담’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아마도 ‘맛있는 카츠를 정성껏 담아 손님에게 전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스낵바 메뉴
저녁에는 스낵바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오늘 나는 카츠다담에서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얻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카츠다담은 나의 소중한 맛집 리스트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방학지역명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로스카츠 단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로스카츠의 완벽한 단면.
히레카츠 단면
육즙 가득한 히레카츠의 촉촉한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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