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가는 특별한 곳, 마치 잊고 지냈던 추억 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설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버텨온 ‘서울뼈구이’라는 이름을 향해.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와 깊은 맛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곳이었다. ‘서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쩌면 이 도시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애환과 소소한 기쁨을 함께 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이곳은 그저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를 얻고, 때로는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는 삶의 한 조각을 담고 있는 듯했다.
도착하기 전부터 이곳에 대한 이야기들을 익히 들어왔다. ‘특별한 메뉴’, ‘친절함’, ‘푸짐한 양’. 많은 이들이 이 키워드들을 꼽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덤덤하게,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다가가고 싶었다. 섣부른 기대는 때론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기에. 그래도 괜스레 발걸음은 빨라지고, 눈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북적이는 청량리의 어느 골목 어귀, 그곳에 자리한 서울뼈구이. 겉모습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래된 가게 특유의 정겨움이 묻어났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활기로 가득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맛있는 음식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찬 분위기에 절로 마음이 들떴다. ‘주말 17시 30분쯤 가면 웨이팅이 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행히 내가 방문한 시간대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몇몇 테이블은 이미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벽면에는 빼곡하게 걸린 액자들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미소와 함께 능숙한 손놀림으로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첫 방문인지라, 가장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뼈구이’ 그리고 ‘날치알 주먹밥’. 처음에는 ‘이게 전부인가?’ 싶었지만, 이내 곧 그 진가를 알게 될 터였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는데, 테이블 한쪽에 가지런히 놓인 곁들임 찬들이 눈에 들어왔다. 갓 담근 듯한 신선한 김치, 아삭한 콩나물 무침, 그리고 시원한 동치미. 이 집의 음식들이 왜 그리 칭찬받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특히,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계란찜’은 그 부드러움과 따뜻함으로 첫인상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몽글몽글한 계란찜 위에는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마치 솜털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상상하게 했다.

이윽고, 메인 메뉴인 ‘뼈구이’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뒤덮인 뼈들이 큼지막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뼈 하나하나에 붙어 있는 살점의 양이 상당했다. ‘정말 양이 많다’는 평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뼈에는 짙은 갈색의 양념이 고루 배어 있었고, 그 위에는 깨가 촘촘히 박혀 있어 고소함을 더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맛’이었다. ‘맛있어요’라는 평이 압도적이었지만, 그 ‘맛’의 종류가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첫 입을 베어 물었다. 뼈에서 살코기가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분리되었다. 뼈에 붙은 살점은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을 자랑했다.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양념의 풍미.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중간 맛’을 주문했는데, 맵찔이에게는 살짝 맵게 느껴졌지만, 그 매콤함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게 매운 맛’이었다. ‘맛있게 매운’이라는 수식어가 이토록 적절하게 어울리는 맛은 오랜만이었다.
더불어 ‘특별한 메뉴’로 꼽혔던 ‘날치알 주먹밥’과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과 고소한 밥알, 그리고 짭짤한 김가루가 어우러져 뼈구이의 매콤함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둥글게 빚어 한 입 크기로 만든 주먹밥을 뼈구이 양념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매콤한 뼈구이와 함께 날치알 주먹밥을 번갈아 먹는 것이 최적의 조합이었다.

‘고기 질이 좋다’는 평도 틀리지 않았다. 뼈에서 분리되는 살코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육즙도 풍부했다. 간혹 ‘고기에서 살짝 잡내가 난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맛본 뼈구이에서는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강력한 양념이 그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듯했다. ‘불맛’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아주 강한 불맛보다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건조한 부분은 뻑뻑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먹은 부위는 모두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정신없이 뼈구이를 뜯고, 주먹밥을 곁들이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비워져가고 있었다. ‘1인분 추가가 안 된다’는 리뷰를 봤던 기억이 떠올라, 처음부터 2인분을 시켰지만, 주먹밥과 함께 먹으니 충분히 배가 불렀다. ‘처음에는 양이 적어 보였는데 먹다 보니 배불렀다’는 말에 공감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양푼 주먹밥’을 추가로 주문했는데,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뼈구이의 양념이 밴 밥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그 맛에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늘도 다이어트는 실패’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곳의 ‘친절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직원분들은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을 응대했다. 갓 나온 음식을 가져다줄 때도, 필요한 것이 없는지 수시로 물어봐 주는 세심함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모들도 친절하시다’는 리뷰가 왜 그리 많았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곳이 완벽할 수는 없기에, 몇몇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용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이용 시간 제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화장실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러한 점들은 방문 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술이 시원하지 않다’는 평도 있었는데, 맥주를 마시는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소주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얼음컵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메뉴’라고만 알고 있던 뼈구이가 사실은 ‘뼈찜’과 유사한 형태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부드러운 살점과 깊은 양념의 조화는 뼈찜의 매력을 십분 살리고 있었다. ‘청량리 맛집’, ‘서울 뼈구이’라는 이름으로 익히 알려진 이곳은, 그 명성만큼이나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5년째 방문 중’이라는 단골 고객의 리뷰처럼, 나 또한 ‘가끔 생각나는 맛’으로 이곳을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 ‘중독성 있는 맛’. 이러한 수식어들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다. ‘매운맛’ 단계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매운맛’은 ‘불닭볶음면’이나 ‘엽떡’ 수준이라는 리뷰도 있었으니, 맵부심이 있는 분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보통 맛’이나 ‘중간 맛’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상은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는 평도 있었는데, 아마도 뼈와 함께 즐기는 양념의 매력이 미국식 BBQ와도 닮아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가 녹아 있는 곳,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곳이었다. ‘10년 전 대학교 다닐 때 방문하던 곳인데 여전히 명성이 남아있다’는 리뷰는 이곳의 특별함을 증명해주었다. 추억과 맛, 그리고 따뜻한 정이 어우러진 ‘서울뼈구이’. 다음에 또 청량리를 찾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발걸음 할 것이다. 아마 그때도 나는 ‘중간 맛’ 뼈구이와 ‘날치알 주먹밥’을 주문하며,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한 맛의 여운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