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 네비를 따라 조심스레 차를 몰아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길을 헤치며 ‘여기가 맞나?’ 몇 번이고 의심했던 순간, 짙은 숲의 품 안에 아기자기한 보물처럼 자리 잡은 ‘자작나무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 왠지 모를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특별한 메뉴에 넋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목적, 바로 혼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인지 탐색하기 위해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7080년대 경양식집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풍겨왔다. 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는 달리, 곳곳이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는 세련되면서도 옛 추억을 소환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숲속의 별장 같은 독특한 외관은 마치 버섯 모양을 닮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처음 방문했을 때, 네비게이션이 이끄는 어두운 길을 오르며 이곳이 맞는지 여러 번 의심했을 만큼 외진 곳에 위치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혼밥족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북적이지 않고 조용히 식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숲속 깊숙한 곳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은 그야말로 완벽한 조건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방문했음에도, 손님들은 대부분 커플이나 가족 단위였고,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널찍한 테이블 간격과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메뉴는 다양했지만,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은 바로 ‘뚝배기 파스타’였다.

이곳의 뚝배기 파스타는 특별하다. 콩나물이 들어가는 것이 독특한데, 마치 한식 같으면서도 매콤한 해산물 뚝배기 파스타 같은 맛을 낸다. 계속해서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맛이랄까. 러스틱하우스의 뚝배기 파스타도 맛있었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은 분명 다르다. 한식인지 양식인지 애매모호하지만, 그 경계를 허무는 맛에 매번 이 메뉴만 찾게 되는 이유다.

식전 빵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샐러드, 마늘빵, 스프까지 이어지는 애피타이저는 훌륭했다. 특히 마늘빵은 아이들이 반해버릴 만큼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럴 만했다. 갓 구워져 나온 따뜻한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마늘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메인으로 주문한 뚝배기 파스타는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해산물의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밥을 말아 먹고 싶을 정도였다. 후추 맛이 강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적당히 얼큰하고 감칠맛 돌았다. 돈가스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다음 방문 때는 꼭 도전해 봐야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전반적으로 깔끔해졌지만, 바로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다소 좁게 느껴지는 자리도 있었다. 또한, 가격대가 저렴하지는 않다는 점도 솔직히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숲속의 아름다운 풍경,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도 만족스러웠고,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실패하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 랍스터의 경우 기름진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의 뚝배기 파스타는 기름지기보다는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자작나무이야기’. 10년 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은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숲속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힐링을 선사하고 싶다면, 이곳 ‘자작나무이야기’를 강력 추천한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아니 혼자여서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