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로의 숨은 보석, 콩토속음식점에서 만난 고소함과 정겨움, 혼밥 성공 스토리

어느덧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날, 문득 고소하고 든든한 음식이 당겼다. 혼자 밥을 먹을 때면 늘 그렇듯,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괜히 북적이는 식당에 혼자 앉아 있으면 어색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경춘로를 따라 가평 방향으로 달리다 우연히 발견한 이 콩토속음식점은 꽤나 인상 깊은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 허름하지만 정겨운 외관과 따뜻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갔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도 나도 모르게 발길이 향했다.

식당 입구 간판
도로변에 세워진 큼지막한 간판이 이곳을 알리고 있다.

청평과 가평 중간쯤, 경춘로 도로변에 자리 잡은 이곳은 언뜻 보면 지방 국도의 작은 휴게소 같은 느낌을 준다.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묘하게 편안함을 자아낸다. 마치 오랜 친구의 집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랄까. 간판에는 ‘샘물식당 두부전문점’이라고 쓰여 있는데, 폰트와 색감에서부터 뭔가 토속적이고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차를 세우기도 편했고, 무엇보다 혼자 온 나를 반겨줄 듯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식당 전면부 모습
노란색 천막 아래로 보이는 출입구가 정겹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이른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식사 때가 지나면 조용해지는 곳이라니, 혼자 밥 먹으러 온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범했지만, 실내 조명은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어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테이블은 넉넉했고, 일부는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어 혼자 앉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내부 모습
안쪽으로 보이는 창가 자리와 테이블석이 보인다.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두부 전문점답게 ‘모두부’, ‘맑은 순두부’, ‘비지찌개’ 등 다양한 두부 요리와 콩 요리가 눈에 띈다. 특히 ‘되비지콩탕’이라는 메뉴가 흥미로웠다. 허영만 화백의 음식 기행에도 소개되었다는 문구를 보니, 이집의 대표 메뉴임이 틀림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되비지콩탕과 함께 모두부를 주문했다. 혼자서 이 정도면 푸짐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메뉴판 모습 1
단품 메뉴와 세트 메뉴, 식사 메뉴가 적혀 있다.
메뉴판 모습 2
식사 메뉴의 가격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식당 곳곳에 걸린 액자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 사진들인지,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젓가락이 갈 곳을 잃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었다. 콩나물 무침, 김치, 깻잎 장아찌, 멸치볶음 등 집에서 먹는 듯한 익숙한 반찬들이었다. 일부 김치류는 조금 익어서 새콤한 맛이 강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묵은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맛이었다.

여러 가지 반찬들
눈으로만 봐도 푸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메인 메뉴, 되비지콩탕이 나왔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 위로 송송 썬 파와 약간의 고추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첫 숟갈을 떠서 맛보니, 세상에! 그동안 먹었던 비지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이었다. 마치 콩을 갈아 넣은 것이 아니라, 콩 자체의 진한 풍미가 그대로 우러나온 듯했다. 텁텁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은 정말 일품이었다.

모두부도 역시나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갓 만들어서 그런지 따뜻함이 살아있었고, 콩 본연의 담백한 맛이 잘 느껴졌다. 되비지콩탕 국물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겉은 약간 단단하고 속은 포슬포슬한 것이, 그 식감 또한 훌륭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혼자 와도 괜찮은 곳인지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이 모든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마치 ‘혼밥족’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곳이었다. 1인 좌석은 따로 없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고 손님이 많지 않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께서 직접 요리하시는 듯했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의 손끝에서 나오는 음식이라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과 손맛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옛날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과 따뜻함이 이곳을 채우고 있었다. 겨울에 방문했을 때는 히터가 약해서 조금 추웠던 기억이 있지만, 그마저도 소박한 시골집의 정취로 느껴질 만큼 음식 맛이 훌륭했다.

오늘도 이렇게 혼자지만 전혀 외롭지 않은, 오히려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색하거나 눈치 보일까 걱정하는 분들에게 이 콩토속음식점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고소하고 건강한 두부와 콩 요리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따뜻한 인정까지 느끼고 갈 수 있는 곳. 경춘로를 지날 때면 꼭 들러보기를 바란다. 오늘도 혼밥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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