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강릉에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냥 가면 섭섭하잖아요. 이것저것 맛있는 거 잔뜩 먹고 와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엄마가 튀김옷 곱게 입혀 튀겨주시던 닭고기 맛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디 가서 그 비슷한 맛이라도 좀 느껴볼까 싶어 찾아 나선 길이었어요.
그런데 이 동네 닭강정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잖아요. 뭐, 강릉 중앙시장 쪽 유명한 곳도 좋지만, 오늘은 좀 더 조용하고 정겨운 곳을 찾아보자 싶었죠. 그러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이 맛 좀 보라’며 손짓하는 듯한 분위기에 이끌렸지 뭡니까.

처음 가게 앞에 섰을 때, 번잡하지 않고 잔잔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낡은 듯 정겨운 간판하며, 창문에 붙은 알록달록 메뉴판까지. 마치 꼬마 때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제일 먼저 달려가던 동네 통닭집을 보는 것 같았죠. 그 가게에 들어서니, 갓 튀겨낸 닭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확 자극하는데, 아, 이거다 싶었어요.
가게 안은 생각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벽에 걸린 메뉴판에는 큼직큼직하게 ‘닭강정’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로 ‘달콤’, ‘매콤’, ‘반반’ 이렇게 양념 종류도 앙증맞게 쓰여 있었죠. 곁눈질로 보니 ‘왕새우강정’이라는 메뉴도 있었는데, 닭강정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아 오늘은 기본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주문은 ‘반반’으로 했어요. 하나는 달콤한 간장 양념으로, 다른 하나는 매콤한 양념으로 골랐죠. 물론, 닭다리살만 쓴다고 하니 그것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뼈 발라 먹기 귀찮아하는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죠. 가게 직원분들께서도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반기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직원분들을 보았어요. 갓 튀겨낸 닭을 버무리고, 따뜻하게 포장하는 모습이 정성스러워 보였죠. 물론, 이곳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주문이 밀려 있으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 기다림마저도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설렘으로 다가왔어요.

드디어, 따끈한 닭강정 상자를 받아 들고 가게를 나섰어요. 포장된 상자가 꽤 묵직한 것이, 양도 푸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 바로 시식에 들어갔답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갓 튀겨 나온 듯한 윤기 좌르르 흐르는 닭강정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튀김옷은 어찌나 바삭해 보이던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라고요.
먼저 달콤한 간장 양념 닭강정부터 한 입. 아이고, 이 맛 좀 보세요! 겉은 정말이지 ‘바삭’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살아있는데, 속살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닭다리살이라 그런지 육즙이 꽉 차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었어요.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닭고기 맛이랑 뭐가 다를까 싶을 정도로요. 튀김옷도 두껍지 않고 딱 적당하게 입혀져서, 닭고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엔 매콤한 양념 닭강정 차례. 매콤하면서도 너무 맵지 않은, 딱 기분 좋은 매콤함이었어요. 캡사이신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함이라서 혀가 얼얼해지지도 않고, 오히려 입맛을 더 돋우더라고요. 달콤한 간장 양념과 매콤한 양념, 두 가지를 번갈아 가며 먹으니 질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손이 갔어요. 이래서 반반을 시키는구나 싶었답니다.

이곳 닭강정은 튀김옷이 얇으면서도 바삭함을 잃지 않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먹어도 눅눅해지지 않고 처음처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더라고요. 거기에 닭다리살의 부드러움이 더해지니, 이건 정말이지 ‘입에서 스르륵 녹아’버리는 맛이었죠.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요.
아, 그리고 ‘왕새우강정’도 빼놓을 수 없죠. 사진으로만 봤지만, 통통한 새우에 바삭한 튀김옷이 입혀진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다음에 오면 꼭 맛봐야지, 하고 다짐했답니다. 닭강정만으로도 충분히 배불렀지만,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괜찮아서 가성비까지 좋다고 느껴졌어요.
이곳 닭강정은 그냥 닭강정이라고 하기엔 뭔가 특별한 게 있었어요. 튀김옷의 바삭함, 닭다리살의 부드러움, 양념의 완벽한 조화. 마치 시골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처럼, 음식 하나하나에 손맛과 정성이 가득 담긴 느낌이었죠.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속이 다 편안해지는 것 같았어요.
물론, 아주 유명한 곳들에 비하면 인지도가 조금 낮을 수도 있고,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죠. 또, 전통적인 닭강정 스타일보다는 좀 더 현대적인 치킨 느낌이 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곳만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강릉에 가게 된다면, 그리고 따뜻하고 맛있는 닭강정이 그리워진다면, 꼭 이곳에 들러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닭다리살의 부드러움과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 그리고 정겨운 양념 맛이 여러분의 입맛을 사로잡을 거예요. 한 숟갈 뜨는 순간, 잊고 있던 고향의 맛과 추억이 떠오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