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곳이 있었다. 2년 전 처음 방문했던 그곳. 입안 가득 퍼지던 신선한 제철 생선의 맛과 사장님만의 특별한 손맛이 담긴 밑반찬들, 그리고 무엇보다 창밖으로 펼쳐지던 푸른 바다 풍경이 잊히지 않았다. 다시 찾은 그곳에서의 경험은, 혼자여도 괜찮다는, 아니 혼자이기에 더욱 특별한 순간들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나를 맞이했다.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싱그러운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었지만,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그 여유로움 덕분에 혼자 온 나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바다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식당의 인테리어였다. 맑고 푸른 물결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메뉴판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곳은 계절별로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고 했다. 어떤 것이 나올까 기대하는 설렘도 있었지만, 사실 가격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 약간의 망설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2년 전 먹었던 전어 코스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에, 오늘은 어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지 믿고 주문하기로 했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까?’ 혼자만의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이윽고 첫 번째 메뉴가 나왔다. 빨갛게 양념된 해산물 요리였다. 싱싱한 채소와 함께 버무려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채소들과 쫄깃한 식감의 해산물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첫 입을 맛보는 순간, ‘이 맛이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해산물의 비린 맛을 완벽하게 잡아주었고, 아삭한 채소는 식감을 더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양념 덕분에 밥 한 숟가락이 간절해졌다.

이어서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이 훌륭했다. 쌉싸름한 나물 무침, 새콤달콤한 젓갈, 그리고 이름 모를 신기한 채소들까지. 평범해 보이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은 사장님의 정성과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밑반찬인데, 이곳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어느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는 반찬 없이 다 맛있어서, 밥을 추가 주문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갓 구워져 나온 듯한 고소한 생선 구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뼈를 발라내며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모든 음식을 혼자 먹는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완벽한 식사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욱 만족스러웠다. 혼자여도 괜찮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나 혼자 마음껏 즐길 수 있잖아.

식사를 거의 마치고,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아들이 먼저 나가서 바깥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어린 아이였기에, 혹시나 주변을 어지럽히거나 폐를 끼칠까 조심스러웠지만, 밥을 다 먹고 잠시 소화도 시킬 겸 내버려 둔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중년 남성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군데 남의 집에서 이러고 있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어이가 없었다. 식사를 하러 온 손님인데, 마치 무단 침입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그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고등학생이라 목소리가 낮게 변한 상태라 더 오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혹시 손님이라면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무언가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 바람을 쐬고 있었을 뿐인데. 억울함과 분노가 교차했지만, 애써 참으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그런 상황을 겪고 나니, 2년 전의 기억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잠시 마당에서 기다리던 아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맛은 훌륭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은 이제 그 식당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손님이 환대받지 못하는 곳이라면 다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날 그곳에서 완벽한 혼밥을 하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은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게 남았다. 혹시 나처럼 혼자 식당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이곳은 음식 맛은 보장하지만, 때로는 불편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어린 아이가 동반된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나를 위한 특별한 식사를 기대해본다. 다음번에는 편안하고 즐거운 기억만 가득한 혼밥 경험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