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날씨가 푹푹 찌는 게 영 입맛도 없고 뭘 먹어도 시원찮을 때 있지 않수. 그럴 땐 말이야,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밀면 한 그릇이 딱이지. 특히나 여기 경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할, 할머니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밀면집이 있단 말이오.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밀면식당’이라는데, 어찌나 푸근하고 맛깔스러운지.
옛날엔 여름에만 문을 열어 경주의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는데, 이제는 사계절 내내 만나볼 수 있다니 참 다행이오. 여기저리 예쁜 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옛날만큼 북적이지는 않아도, 변함없이 이 맛을 그리워하는 단골들이 줄지어 찾는단 말이오. 그중에서도 특히 비빔밀면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하니, 기대감이 솔솔 피어올랐지.
늦은 점심시간에 맞춰 가니 다행히 웨이팅이 길지 않았어요. 옆집에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니, 굳이 한두 시간씩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어요. 오래된 듯 정갈한 식탁과 은은한 조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지.
우리가 주문한 건 역시나 대표 메뉴인 물밀면과 비빔밀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손만두였어요. 제일 먼저 나온 물밀면은 그릇 가득 시원한 육수가 넘실거렸어요. 뽀얗고 찰랑이는 면발 위로는 얇게 썬 오이, 돼지고기 수육 한 점,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이 정갈하게 올라가 있었지요.

물밀면 육수를 한 숟갈 떠 먹으니, 아! 이게 바로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야! 싶었지. 단순한 멸치 육수가 아니라, 은은하게 한약재 향이 감돌면서 깊고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어요. 마치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면발도 어찌나 쫄깃한지, 후루룩 넘길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이 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이번엔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빔밀면 차례였어요. 고명 위에 올려진 돼지고기 수육과 오이, 삶은 계란이 먹음직스럽게 보였지요.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섞으니, 진한 양념장이 면에 고루고루 배어들었어요.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아이고, 이 맛 좀 보시오!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쫄깃한 면발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답니다.

어떤 분들은 양념이 좀 진해졌다는 평도 있지만, 제 입맛에는 오히려 더 깊고 풍부한 맛으로 느껴졌어요. 양념이 많이 남을 정도라고 하셨지만, 그 남은 양념에 밥 비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 뭐요. 물밀면 육수와 비빔밀면 양념을 적절히 섞어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어요. 마치 두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죠.

밀면을 먹는 내내, 고향 집 생각이 절로 났어요. 어린 시절, 엄마가 정성껏 차려주시던 그 밥상이 떠올랐지. 이 집의 밀면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 바로 손만두예요! 피는 어찌나 얇고 투명한지, 속이 비칠 정도였어요. 한 입 베어 물면, 뜨끈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고소한 만두소가 사르르 녹아내렸지요. 직접 빚으신 건지, 아니면 오랜 비법이 담긴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답니다. 밀면만 먹으러 와도 만두 때문에라도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양이 좀 적게 느껴진다는 분들도 있다지만, 저희는 적당히 배부르게 잘 먹었어요. 오히려 양이 너무 많으면 남기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니까요. 이 집의 밀면과 만두는 재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신선하게 준비하신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괜히 블루리본을 꾸준히 받아온 게 아니었지요.
가격도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짐한 양에 이 정도 맛이라면, 정말 가성비가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홀 직원분들도 얼마나 친절하시던지, 마치 우리 집 귀한 손님 대하듯 따뜻하게 응대해주셔서 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어떤 분들은 양념이 예전 같지 않다고도 하지만, 저는 변함없이 맛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의 진한 맛이 저에게는 더 큰 만족감을 주었답니다. 밀면이라는 음식이 원래 좀 자극적이라는 분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싱겁게 드시는 분이라면 조금 자극적일 수 있겠지만, 제 입맛에는 딱이었어요.
경주에 오신다면, 꼭 이곳 ‘밀면식당’에 들러보세요. 기다림은 짧지만,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그런 곳이랍니다. 시원한 밀면 한 그릇에 땀 흘린 더위도 잊고, 속까지 편안해지는 따뜻한 정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다음번에 경주에 오게 되면, 저는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