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오늘처럼 더운 날엔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한 국물이 최고지요. 갓 나온 따끈한 밥상은 언제나 반갑지만,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에는 입맛 확 당기는 시원한 음식이 절로 생각나잖아요.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시골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시던 그 밥상이 그리워지는 날이면 꼭 한번 발걸음 하게 되는 곳이 있어요. 이곳은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온 듯, 잊고 있었던 추억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랍니다.
사실 냉면이라고 하면 다들 자극적인 맛이나 시원한 풍미를 먼저 떠올리실 텐데, 이곳의 냉면은 조금 남달라요.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마치 평양냉면처럼 삼삼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맛이랄까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도, 한 숟갈 뜨고 나면 어느새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답니다.

이곳의 물냉면은 맵거나 시큼한 맛보다는, 맑고 개운한 육수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것 같아요. 쫄깃한 면발과 함께 육수를 후루룩 들이켜면, 더위에 지쳤던 속이 단번에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곁들여 나오는 얇게 썬 고기 고명도 부드럽고 담백해서, 국물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답니다.

이 국물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사골처럼 깊고 진한데, 또 무겁지 않고 깔끔해요. 처음에는 이렇게 슴슴한 맛이 입맛에 맞을까 싶었지만, 한 번 맛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답니다. 여름철 더위를 싹 가시게 해주는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은 정말 최고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물냉면의 맑은 육수 맛이 참 좋았어요. 맵지 않아서 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른들이 드시기에도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이에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물론 이곳에는 매콤한 비빔냉면도 빼놓을 수 없지요. 매콤달콤한 양념이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데, 이것 또한 별미예요. 비빔냉면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차가운 육수를 살짝 부어 비벼 먹어도 맛있답니다. 매콤한 양념에 텁텁함을 잡아주는 시원한 육수가 더해지니, 계속해서 손이 가는 맛이에요.

특히 비빔냉면을 먹을 때는 꼭 이 가위를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두툼한 면발도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먹기 좋게 만들고, 곁들여 나오는 고명도 함께 잘라 비벼 먹으면 훨씬 편하죠. 처음 보는 신기한 디자인의 가위인데, 톡톡한 역할을 해준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물병도 정겹게 느껴졌어요.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시원한 물을 마시면, 냉면 한 그릇을 비울 준비가 되는 것 같았죠. 왠지 옛날 어릴 적 집에서 쓰던 물병 같아서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물론, 이곳의 메뉴 가격을 보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냉면 한 그릇에 8천 원, 비빔냉면은 9천 원. 심지어 왕만두 6개에 만 원이니, 넉넉하게 먹기에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죠. 면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지는 것도 아쉽고요. 사실 1인분으로 제공되지 않는 점도 혼자 오신 분들께는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일 거예요.
하지만, 이곳의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 가격이 아깝지만은 않아요.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 맛,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손맛이 담겨있는 듯한 따뜻함이 있거든요. 맛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음식을 대하는 주인장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랄까요.
저는 다음에 이곳에 오면 꼭 갈비탕을 먹어보려고요. 리뷰를 보니 갈비탕도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시원한 냉면 국물도 좋지만, 뜨끈한 갈비탕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지고 온몸에 온기가 도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죠.
이곳은 특별한 맛집을 찾는 분들보다는,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할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엄마 손맛처럼 따뜻한 곳. 오늘도 그곳에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