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하루 종일 꽉 막혔던 머릿속을 간신히 비워내며 집으로 향하는 길. 왠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에 무언가 맛있는 것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은 외식이다!’를 외치고 싶었지만, 지갑 사정을 생각하니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간판, “구공족발”이었다.
사실 족발은 왠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서 자주 먹는 메뉴는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과, 가게 앞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가성비’라는 단어가 크게 쓰여있는 것을 보고는 мимо не пройти (지나칠 수 없지!)라는 러시아 속담이 떠올랐다. 홀린 듯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족발, 보쌈은 기본이고, 불족발, 족보세트까지… 결정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선택의 시간이었다. 잠시 고민 끝에, 족발과 보쌈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족보세트를 주문했다. 게다가 막국수까지 함께하면 완벽할 것 같아 추가했다.
주문 후,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족발을 직접 삶는 모습이 슬쩍 보였는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가게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리뷰가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음식이 맛있어요”, “가성비 최고”, “사장님 친절해요” 등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특히 ‘친절’을 언급하는 리뷰가 많았는데, 실제로 사장님은 주문을 받는 내내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포장된 음식을 받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봉투를 가득 채운 족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빨리 집에 가서 먹어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식탁에 포장 봉투를 던져놓고 서둘러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포장 용기를 열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족발, 보쌈, 막국수는 물론이고, 쌈 채소, 무김치, 쌈장, 새우젓 등 푸짐한 곁들임 찬들이 빈틈없이 들어있었다. 3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족발의 비주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족발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족발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직행.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특히 껍질 부분은 쫄깃함 그 자체였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한방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과하지 않은 간도 딱 좋았다.
이번에는 보쌈 차례. 족발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특히 마늘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함이 배가 되었다. 족발과 보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족발, 보쌈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면발도 쫄깃쫄깃해서 식감도 좋았다.
쌈 채소에 족발, 보쌈, 막국수를 함께 싸서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족발, 보쌈의 쫄깃함, 막국수의 매콤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쌈을 크게 한 입 가득 넣고 우물거리는 동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무김치도 정말 맛있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적당히 매콤하면서 달콤한 양념이 족발, 보쌈과 찰떡궁합이었다. 특히 족발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족발, 보쌈, 막국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3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족발, 보쌈 세트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가성비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겨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 저녁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동네 맛집 “구공족발” 덕분에 가성비 좋고 맛있는 족발, 보쌈을 배부르게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 족발이 생각날 땐 고민 없이 “구공족발”을 찾게 될 것 같다. 특히 포장 전문점이라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음에는 불족발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