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속초 여행 계획 짜다가 순두부 골목은 꼭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거든. 근데 막상 가려니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더라?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고, 웨이팅 심한 곳은 엄두도 못 내겠고.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초당할머니순두부’야. 주차장도 넓고, 웨이팅도 없다는 말에 혹해서 바로 달려갔지.
가게 외관부터가 뭔가 정겨운 느낌이었어. 나무로 된 간판에 귀여운 할머니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딱 봐도 ‘나 오래된 맛집이오’ 하고 말하는 것 같았지. 주변에 소나무도 많고, 풍경도 좋아서 일단 마음부터 편안해지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예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에 놀랐어. 테이블 간격도 널찍널찍해서 옆 테이블 신경 안 쓰고 우리끼리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겠더라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았어. 이런 소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식당 선택에 중요한 요소잖아?
메뉴판을 보는데, 딱 우리가 원하던 메뉴들이 보이더라. 순두부백반, 얼큰조개순두부, 맑은순두부… 가격은 관광지라 그런지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지. 순두부백반이 12,000원이었는데, 같이 나오는 반찬이나 밥까지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었어.

우리는 각각 다른 메뉴로 주문했어. 나는 맑은 순두부를 시켰고, 친구는 얼큰 조개 순두부를 주문했지. 기다리는 동안 나온 밑반찬들이야. 음… 솔직히 말하면, 밑반찬은 조금 아쉬웠어. 멸치볶음이랑 무말랭이, 깻잎장아찌가 나왔는데,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맛이랄까? 특별함 없이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었지. 반찬에서 정성이 느껴진다기보다는 ‘그냥 나왔어요’ 같은 느낌이라 돈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
드디어 메인 메뉴인 순두부가 나왔어. 맑은 순두부는 하얗고 부드러운 순두부가 뽀얗게 끓여져 나왔는데, 비주얼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 밥이랑 같이 곁들여 먹으면 든든할 것 같았지.

근데… 딱 먹는 순간, ‘이게 뭐야?’ 싶었어. 맑은 순두부는 너무 짠 거야. 간이 세다는 느낌을 넘어 설렁탕 국물에 소금을 때려 부은 듯한 맛이었어. 순두부 본연의 고소함이나 부드러움은 느껴지지 않고, 짠맛만 강하게 느껴지니 밥이랑 같이 먹어도 짜더라.
친구의 얼큰 조개 순두부는 비주얼은 괜찮았어. 빨간 국물에 조개도 보이고, 파도 송송 썰어져 올라가 있었지.

근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짰어. 조미료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깊은 맛보다는 자극적인 짠맛이 입안을 맴돌더라. 예전에 다른 순두부집에서 먹었던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던 맛과는 거리가 멀었어.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맛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 느낌?
솔직히 말하면, 순두부 골목에 있는 다른 식당들도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어. ‘아는 맛’이긴 한데, 그 ‘아는 맛’이 ‘맛있는 맛’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
더 실망스러웠던 건 서비스였어.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도 뭔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고, 나올 때 순서도 엉망이었거든. 하얀 순두부, 빨간 순두부, 이렇게 여러 개 시켰는데, 주문이 섞였는지 뭐가 먼저 나오고 뭐가 나중에 나왔는지 뒤죽박죽이었어. 항의했더니 직원이 “기계한테 물어보라”고 하더라고. 아니, 자기들이 확인을 해봐야지, 무슨 기계한테 물어보라는 건지. 황당하고 불쾌했어.
음식이 나오기까지 15분 정도 걸린 것 같고, 직원들도 딱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느낌이 강했어.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었지. 물론 관광지라 바빠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는 갖춰야 하는 거 아니야?
오랜만에 속초까지 와서 이렇게 실망스러운 식사를 하게 될 줄이야. 예전에는 차현희 순두부도 10년 넘게 갔었는데, 작년에 가보니 반찬도 성의 없어지고 가격도 오르고… 증축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마 이곳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음식 맛에도, 서비스에도 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결론적으로 ‘초당할머니순두부’는 넓고 쾌적한 공간과 주차 편의성은 좋았지만, 음식 맛과 서비스 면에서는 솔직히 추천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순두부 골목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맛, 똑같은 경험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 다음에 속초 순두부 골목을 다시 간다면, 조금 더 발품 팔아서라도 진짜 맛있는 곳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