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차창 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스했던 날, 특별한 허기를 달래러 나선 길이었다. 낯선 동네를 걷다 우연히 마주친 간판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신태향’. 왠지 모를 정겨움과 깊은 맛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이름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과 잔잔한 공기가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오래된 듯하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공간은 편안함을 선사했고,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곧이어 나를 맞이한 사장님의 환한 미소는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공간임을 느끼게 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물짜장’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훑으며 다른 손님들의 테이블을 힐끔거렸는데,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메뉴를 맛보고 있었다. 특히, 갓 튀겨져 나온 탕수육의 바삭한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했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물짜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국물 위로는 푸릇한 채소와 신선한 해산물들이 먹음직스럽게 얹혀 있었다. 큼지막한 홍합과 오징어, 조개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며 국물 속에 잠겨 있었고, 그 위로는 아삭한 숙주와 파릇한 부추가 산뜻함을 더하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휘젓자, 진한 해물의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첫 맛은 마치 바다를 그대로 삼킨 듯 시원하고 깊었다. 신선한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감칠맛과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탱글탱글한 면발은 국물을 머금고 있어 더욱 깊은 풍미를 자랑했고, 쫄깃한 오징어와 부드러운 조개살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평범한 듯하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었다. 숨겨진 맛집이라는 찬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번에는 ‘간짜장’을 맛볼 차례였다. 뜨거운 물에 삶아져 나온 쫄깃한 면발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가 듬뿍 올라왔다. 갓 볶아져 나온 듯한 고소한 춘장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이곳의 짜장 소스는 단순히 검은색이 아니었다. 다진 돼지고기와 갖가지 채소가 어우러져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고, 씹을수록 고소함과 단맛이 깊게 배어 나왔다.

면발과 짜장 소스를 슥슥 비비자, 고소한 춘장의 향이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갔다.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면발의 쫄깃함과 소스의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재료 본연의 단맛과 춘장의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감쌌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시던 짜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따뜻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인 ‘탕수육’ 차례였다. 군침이 절로 돌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탕수육은, 겉보기에도 바삭함이 살아있었다. 젓가락으로 집어보니, 예상대로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굳이 소스에 찍지 않고 한입 베어 물었는데,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살은 얼마나 부드럽고 촉촉한지. 튀김옷과 속살의 완벽한 조화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는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채소와 과일이 듬뿍 들어간 소스는 신선함까지 더해주어, 쉴 새 없이 젓가락이 향하게 만들었다. 마치 갓 튀겨낸 듯한 따뜻함과 바삭함이 그대로 살아있어, 한 조각, 한 조각 맛볼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함께 나온 군만두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보통의 군만두와는 달리, 큼지막하고 통통한 모양새에 눈길이 갔다. 한 입 베어 물면, 꽉 찬 만두소가 입안 가득 퍼졌다. 속은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겉은 바삭하게 잘 튀겨져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든든함까지 채워주는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었다.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는 정직함,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으로 만들어낸 깊은 맛,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따뜻한 친절함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식사가 끝날 무렵, 사장님께서 건네주신 따뜻한 인사말 한마디가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었고,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마음이 훈훈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맛과 따뜻한 인심을 가진 이곳, 완주 ‘신태향’은 분명 다시 찾고 싶은 나의 소중한 맛집이 되었다. 배부름 이상의 만족감과 따뜻한 추억을 가득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에 방문할 땐, 또 어떤 맛있는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