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술집 ‘취중취담’, 감성 분위기와 인생 안주로 나른한 밤을 녹이다

세종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특히나 낯선 동네에서의 괜찮은 술집을 발견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찾기 같달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설렘을 안고 조치원에 위치한 ‘취중취담’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조치원 술집’이라 쳐보면 꽤나 많은 정보가 쏟아지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이 ‘취중취담’이었다. 사진 속 은은한 조명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음식 사진들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결정적인 이유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대했던 것 이상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J-POP 선율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쌌고, 벽면을 가득 채운 독특한 그림과 소품들은 이곳이 단순한 술집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게 했다. 마치 일본의 작은 이자카야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아기자기한 조명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었고, 은은한 빛깔은 하루의 피로를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가게 입구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감성적인 인테리어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들. 이곳에서의 저녁이 특별할 것임을 예감하게 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판 디자인부터 범상치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귀여운 그림체와 정성스러운 설명이 더해져,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고등어 봉초밥’과 ‘바지락 술찜’, 그리고 비주얼에 홀딱 반해버린 ‘부타노가쿠니(동파육)’를 주문했다. 술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각양각색의 사케와 맥주, 그리고 소주까지, 취향껏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나온 건 ‘부타노가쿠니(동파육)’였다. 두툼하게 썰린 삼겹살이 진한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푹 졸여져 나왔는데, 그 비주얼이 정말 예술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기 위로 푸른색의 대파 채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옆에는 풋고추 하나도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이 비주얼에 반해 주문했는데, 맛은 또 어떻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은 기본이고,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3시간 동안 정성껏 졸였다는 설명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씹을수록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데, 마치 구름을 씹는 듯한 느낌이랄까. 함께 나온 풋고추는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알싸한 매력을 더해줘, 쉴 새 없이 젓가락이 향하게 만들었다.

잘 졸여진 부타노가쿠니(동파육)와 짐빔 하이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타노가쿠니. 짭조름한 소스와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어 나온 ‘고등어 봉초밥’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 평소 생선 비린내에 민감한 편이라 고등어 요리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곳의 고등어 봉초밥은 정말 하나도 비리지 않고 담백했다. 겉은 살짝 그을려져 불향이 솔솔 올라오고, 속살은 촉촉하면서도 고소했다. 밥알 위에 올라간 고등어의 신선함은 물론, 밥과 함께 씹히는 식감이 어찌나 좋던지. 곁들여 나온 간장 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니 풍미가 배가 되었다. 하나 먹고 나니 어느새 또 손이 가는 마성의 매력이었다. 왜 이 메뉴를 강력 추천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바지락 술찜’. 뽀얀 국물 위로 큼직한 바지락이 한가득 올라가 있었고, 그 위에는 쫑쫑 썬 홍고추와 파가 살짝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웠다. 앞접시에 국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깔끔한 국물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술을 부르는 마성의 맛이었다. 바지락도 어찌나 싱싱하던지, 하나도 비리지 않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짭짤한 바지락 살을 발라내어 국물에 적신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술이랑 같이 마시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푸짐한 바지락 술찜과 시원한 국물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인 바지락 술찜. 싱싱한 바지락이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이곳은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분위기 면에서도 정말 칭찬할 만했다. 직원분들은 한결같이 친절했고,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주문이 밀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먼저 챙겨주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특히나 서비스로 주신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기대 이상이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은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테이블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아늑하고 감성적인 실내 분위기는 편안한 시간을 선사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밤이 깊어갈수록 조치원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흐르는 음악 소리와 은은한 조명,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이곳이야말로 완벽한 밤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마치 일본의 작은 도시에 와서 현지 술집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이 준비된 바 테이블
다양한 종류의 주류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혼술을 즐기기에도,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각 테이블마다 공간이 넓게 느껴져서 불편함 없이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나 루프탑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날씨 좋은 날 방문하면 더욱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루프탑 오픈 전이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리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한 다른 술집들과 달리, 이곳은 잔잔한 음악과 함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매장 곳곳에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였고, 그 덕분에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식사 후 나가면서 맡았던 은은한 향이었다.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향이어서 더욱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마치 잘 가꿔진 일본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조치원에 간다면, 혹은 근처에 있다면 이곳 ‘취중취담’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서비스, 그리고 감성 넘치는 분위기까지.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다. 다음번 방문에는 루프탑도 꼭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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