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훅 더워진 날씨에 점심 메뉴 고민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차를 몰아 발걸음이 향한 곳은 만수동의 숨겨진 맛집, ‘사철밀면’이다. 점심시간 직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식당 안은 꽤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12시가 조금 넘었더라면 아마 웨이팅 줄이 제법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일 점심, 특히 이렇게 날씨가 더울 때는 서둘러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늘 나의 점심 선택은 역시나 ‘비빔밀면’이었다. 맵싹한 양념에 버무려진 면발과 아삭한 채소들의 조화는 더위마저 잊게 만들 정도다. 이 집 비빔밀면의 가장 큰 매력은 2/3 정도 비벼 먹다가 제공되는 살얼음 동동 뜬 육수를 부어 물밀면처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그릇으로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으니, 1석 2조 아니겠는가.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준비되는 음식 덕분에 회전율도 빠른 편이다. 왁자지껄한 식당 분위기 속에서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주방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분들을 보면, 이곳이 왜 인기가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쟁반에 밑반찬과 함께 시원한 온육수가 나온다. 짭짤한 맛이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비빔밀면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면발 위에는 곱게 채 썬 오이와 삶은 계란이 보기 좋게 올라가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들어 올리니, 양념이 찐하게 묻어나오는 것이 제대로다.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안 가득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안을 확 퍼진다.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술술 넘어간다.

이곳 밀면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양이다. 기본적으로 양이 많은 편인데, 3인 이상 방문 시에는 밀면 사리를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덕분에 곱배기를 시키지 않아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사리 서비스?’ 하고 의아했는데, 몇 번 와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괜히 곱배기를 시켰다가는 음식을 다 못 먹을 수도 있다. 주문받으시는 분께서도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니, 여럿이 방문할 때는 꼭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비빔밀면을 2/3쯤 먹었을 때, 준비해둔 살얼음 육수를 부었다. 순식간에 매콤한 비빔밀면이 시원하고 깔끔한 물밀면으로 변신했다. 이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쫄깃했던 면발이 차가운 육수와 만나니 더욱 부드럽게 느껴진다. 매콤함은 희석되고, 새콤한 맛과 시원한 국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여름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밀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만두’다. 이곳의 고기만두는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맛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 가득한 만두는 비빔밀면, 물밀면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비빔밀면을 먹다가 살얼음 육수를 부어 물밀면으로 즐기고, 마지막에 고기만두 하나 추가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든든함과 시원함, 맛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점심 조합이다.
솔직히 말해, 이곳은 맛, 양, 친절함, 그리고 가격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가성비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빠르고 든든하게 한 끼 해결하기에도 좋고, 여럿이 와서 푸짐하게 나누어 먹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벌써 몇 번을 방문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갈 때마다 처음 방문했던 그 설렘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한번 맛보면 자꾸만 생각나는, 그런 마성의 매력을 지닌 ‘사철밀면’. 다음번 점심에도, 아마 또 이곳을 찾고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