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돈카츠 맛집, 톤쇼우 부산대본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톤쇼우는 부산에 3개의 매장이 있지만, 우리가 방문하려는 곳은 본점이었다. 기대감과 함께 캐치테이블 앱을 켜 원격 웨이팅을 시도했지만, 광안점과 남포점은 이미 웨이팅 마감. 다행히 부산대본점은 원격 웨이팅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기다림이 시작될 줄은 몰랐다.
웨이팅을 걸어놓고 무려 2시간 35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장 가능’이라는 반가운 카톡을 받았다. 드디어 맛있는 돈카츠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매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매장에 도착해서도 2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매장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매장 앞에는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는데, 1시간에 1,800원이라는 요금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가까운 유료주차장은 1시간에 3,000원이나 해서 어쩔 수 없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주차를 마치고 매장으로 돌아오니, 기다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독특한 테이블 배치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식 다찌 테이블이라고 해야 할까. 주방은 맨 안쪽에 위치하고 홀 중앙에는 ㄷ자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24석 정도 되어 보이는 좌석은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들로 가득했다. 마치 일본 현지의 돈카츠 맛집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테이블 위에는 코로나19 시대에 익숙한 투명 아크릴 칸막이가 놓여 있어 일행끼리 분리된 느낌을 주었다. 4인 이상 단체로 방문한다면 나란히 앉아 앞만 보고 식사를 해야 해서 대화 나누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입장 가능 문구를 확인하고 매장에 들어섰지만,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패드를 들고 있는 직원에게 대기 순번을 알려주고 추가 등록을 해야 했다. 그리고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다가 직원이 육성으로 번호를 호출하면 그때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본식 다찌 테이블의 장점은 오마카세처럼 손님들이 눈앞에서 주방장이 음식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톤쇼우는 직원들이 밥, 장국, 샐러드, 소스류의 리필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앙 공간을 활용하는 듯했다. 직원들은 주방 앞에 주로 모여 있었고, 한두 명만 가끔 중앙 부분으로 들어왔다. 주방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으면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구 쪽에 앉게 되면 또 다른 불편함이 있었다. 대기 공간이 출입구를 중심으로 큰 ㄷ자 형태로 되어 있어, 외부 대기 공간이 식사 공간을 크게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일반적인 식당처럼 대기 공간과 식사 공간이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홀 중앙에 식사 공간이 있고 그 주변을 대기 공간이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주방에 가까운 좌석은 그나마 직원들이 가까이 있어 부르기 편하고 대기 공간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출입구 쪽은 직원 부르기도 힘들고 뒤쪽에 대기자들이 많아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업주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올 때 밖에서 대기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편하게 앉아 대기하라는 배려일 수 있지만, 대기자 입장에서는 앞 순번 입장 가능 메시지를 보고 들어왔는데 앞사람들이 밥 먹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20~30분을 더 웨이팅 해야 하는 상황이 어처구니없을 수 있다. 식사 중인 손님들 입장에서도 뒤에서 다른 손님들이 웨이팅 하고 있으니 중간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직원이 우리 순번을 불렀다. 자리에 앉기 전, 직원이 앞 손님이 앉았던 자리를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닦고 정리해 주었다. 정말 손이 빨랐다. 마치 나도 그 자리에 앉으면 전투적으로 먹고 비켜줘야 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사진 찍는 것은 잊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전 수프가 나왔다. 차가웠지만 익숙한 고소함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크림의 풍미가 입안을 감싸면서 긴 기다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듯했다.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 수프는 마치 정성스럽게 준비된 에피타이저 같았다.
음식은 웨이팅 하면서 미리 주문해 둔 덕분에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나왔다. 돈카츠가 살짝 식어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돈지루(일본식 돼지고기 미소된장국)를 먼저 맛보았다. 두부, 돼지고기, 당근 등 내용물이 풍성했다. 친구는 일본에서 먹었던 맛과 비슷하다고 했다.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이 났다. 리필이 가능했지만 짭짤한 맛이 강해서 더 마시지는 않았다.
시커멓고 넓적한 접시에 트러플 향 소금이 뿌려져 나왔다. 조금씩 찍어 먹으니 트러플 향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아 돈카츠로 이곳저곳 두들기듯이 소금을 찍어대다가 문득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말돈 소금으로 교체했다.
테이블 위에는 매콤한 김치 시즈닝, 유자 드레싱(처음에는 머스타드 소스인 줄 알았다), 돈카츠 소스, 말돈 소금, 레몬 코쇼 등 다양한 양념과 소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돈카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입맛에는 와사비와 말돈 소금 조합이 가장 좋았다. 와사비의 알싸한 맛과 소금의 짭짤함이 돈카츠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레몬 코쇼도 나쁘지 않았다. 은은한 레몬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홀그레인 머스타드 소스는 돈카츠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히레카츠(안심)를 먹어보니 그냥 평범했다. 3시간 가까운 시간을 웨이팅하면서까지 먹어야 할 맛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부드러운 식감은 좋았지만, 특별한 풍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튀김옷은 바삭했지만, 고기의 육즙은 부족했다.
다음으로 버크셔K 로스카츠(등심)를 먹어보니 살짝 불향도 나면서 맛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히레카츠와는 확연히 달랐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육즙도 풍부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돈카츠였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돈카츠라고 해도 3시간 가까운 웨이팅을 보상받을 만한 맛은 아니었다. 딱 웨이팅 30분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크셔K 고기 자체가 맛있어서 그냥 구워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 텐데, 그걸 돈카츠로 기름에 튀겼으니 맛이 없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돈카츠가 맛은 있었지만 몇 조각 먹다 보니 조금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음료수(3,000원)나 카레(3,000원)를 추가로 시킬까 하다가 그냥 샐러드만 리필해서 먹었다.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숯불 향이 나는 버크셔K 로스카츠는 맛있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 장시간 웨이팅을 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식사 공간과 대기 공간을 한 공간에 몰아넣어 손님들끼리 묘한 힘겨루기를 서로 하게 만든 것도 불편했다. 집이 가깝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웨이팅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대기를 거쳐 자리에 앉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과정으로 식사를 했지만, 친절함은 다소 아쉬웠다. 음식은 맛이 있었지만 정말 최고인가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비슷하게 맛있는 집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바 테이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식탁은 좋았지만, 문 앞에 앉으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비교적 가까이 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예전에 비해 맛이 좀 떨어진 느낌이라는 후기도 있었다. 만약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 주변에 다른 돈카츠 집을 추천하고 싶다. 손님이 많아 미리 밥을 퍼 놓은 건지 밥이 차갑고 식어 있어서 아쉬웠지만, 히레카츠는 여전히 맛있었다. 맥주가 정말 맛있다는 후기도 있었다.

톤쇼우 부산대본점 방문은 긴 기다림 끝에 맛있는 돈카츠를 맛볼 수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는 경험이었다. 최고의 맛집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웨이팅이 없는 시간대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돈카츠를 즐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