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가을, 뭉근한 햇살이 기분 좋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때 마침 지인이 전주 근교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겨진 맛집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모악산 자락 중인리에 자리 잡은 ‘시골집’이라는 곳이었는데, 1988년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저 멀리 푸른 하늘 아래 정겨운 모습의 ‘시골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었다. 낡은 외관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그만큼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훅 풍겨오는 청국장 냄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골집은 최근 ‘전현무계획2’에도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주차 공간은 넉넉해서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정겨운 분위기가 펼쳐졌다. 빛바랜 벽지와 낡은 테이블, 촌스러운 듯하지만 정감 가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어우러져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비닐하우스처럼 꾸며진 공간이 나타났다. 마치 야외에서 식사하는 듯한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야장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안쪽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청국장 백반, 보리비빔밥, 제육볶음 등 시골 밥상을 연상시키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시그니처 메뉴인 청국장 백반과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메인 메뉴가 차려졌다.

밑반찬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마늘과 고추를 찍어 먹는 된장이 인상적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싱싱한 채소들은 마치 밭에서 갓 따온 듯 신선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을 맛볼 차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구수한 풍미! 일반적인 청국장과는 달리 쿰쿰한 냄새가 거의 없고, 마치 크림 스프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콩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정말 훌륭했다.

청국장 안에는 두부 한 조각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양이 적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청국장 자체가 워낙 진하고 맛있어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어서 제육볶음을 맛봤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돼지고기는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했고, 양념은 과하지 않게 달콤하면서도 매콤했다. 특히 야채의 익힘 정도가 완벽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쌈장의 짭짤함, 제육볶음의 매콤달콤함, 밥의 고소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맵기 조절을 해주시겠다며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아이들을 위해 두부도 더 넣어주시겠다는 따뜻한 말씀에 감동했다.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배려에 마음까지 훈훈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등산 후 내려오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시킨다는 도토리묵을 추가로 주문했다.
도토리묵은 신선한 채소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쳐져 나왔다. 쌉쌀한 도토리묵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막걸리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서려는데, 입구에 놓인 낡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를 들으니,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왔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시골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정겨운 추억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서비스는 없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시골집에서의 경험은 바쁜 일상에 지친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전주에 방문한다면, 모악산 자락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시골집’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청국장과 푸짐한 시골 밥상을 맛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총평
* 맛: 쿰쿰한 냄새 없이 부드럽고 고소한 청국장이 일품. 제육볶음 또한 훌륭하다. 밑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 분위기: 198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정겨운 분위기.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편안하다.
* 가격: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
* 서비스: 시골 인심이 느껴지는 따뜻한 서비스.
아쉬운 점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리뷰에서 위생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보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아주 깔끔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테이블이 조금 끈적거렸고, 위생적인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화장실이 외부에 떨어져 있고, 가는 길이 어두워 불편했다.
최근 방송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많아져서인지, 예전 맛을 잃어간다는 평도 있었다. 묶은지나 짠 반찬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청국장 또한 예전의 담백함을 잃어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맛있게 먹었지만,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맛을 유지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시골집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정겨운 분위기와 훌륭한 맛, 푸짐한 인심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나는 앞으로도 청국장이 생각날 때면 종종 시골집을 찾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