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광명 골목 맛집, 보름 이자카야에서 찾은 뜻밖의 미식 경험

어스름한 저녁,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를 정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쉴 새 없이 검색했다. 어디가 좋을까? 흔한 프랜차이즈는 싫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기는 번거롭고. 그러다 문득, 지인의 동네인 광명에 숨겨진 이자카야가 있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이름하여 ‘보름’.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예상과는 달리 다소 한적한 골목길이었다. 화려한 간판 대신, 은은하게 빛나는 사각형의 간판만이 이곳이 ‘보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간판에는 정갈한 폰트로 ‘BOREUM Izakaya’라고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는 나무로 된 격자문과 함께,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흰색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선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졌다.

보름 이자카야 외부 모습
고요한 골목길에 은은하게 빛나는 보름 이자카야의 외관

저녁 6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말에는 예약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니 역시나 만석. 카운터 좌석만이 남아 있었는데, 3명이 함께 앉을 자리가 나려면 꽤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곳을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의 다른 가게들은 한산한 것에 비해, 이곳 ‘보름’만이 유독 붐비는 모습에서 진정한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 놓인 입간판을 살펴봤다. 칠판에 손글씨로 적힌 메뉴들은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사시미 모리아와세’, ‘아귀살 난반 샐러드’, ‘모둠 덴뿌라’ 등 맛깔스러운 메뉴 이름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영업시간 안내도 눈에 띄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 5시에 오픈하여 늦은 시간까지 운영한다는 정보였다.

보름 이자카야 메뉴 안내
손글씨로 정겹게 쓰여진 메뉴 안내 입간판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자리가 마련되었다. 카운터에 앉으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과 함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물수건과 얼음물이 제공되었고, 웰컴 푸드로 카나페가 나왔다. 작은 카나페였지만, 입맛을 돋우는 데는 충분했다. 바삭한 비스킷 위에 신선한 채소와 치즈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었다.

웰컴 푸드 카나페
기다림 끝에 맛본 웰컴 푸드 카나페

메뉴판을 펼쳐 들고, 어떤 음식을 주문할까 고민에 빠졌다. 사시미, 튀김, 구이, 전골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사장님이 엄선하여 준비했다는 일본 사케 리스트는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민 끝에, 우리는 사시미 모리아와세, 치즈 감자, 해장 나베, 그리고 새우튀김을 주문했다. 술은 산토리 하이볼과 함께, 사장님 추천의 사케 한 병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사시미 모리아와세였다. 신선한 해산물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는데, 그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참치, 뽀얀 흰 살 생선, 그리고 탱글탱글한 새우까지. 한 점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에 감탄했다. 특히, 숙성회 특유의 부드러움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보름 이자카야 영업 시간 안내
가게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영업시간 안내

이어서 나온 치즈 감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고소한 치즈와 담백한 감자의 조화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특히,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 추천 사케
오늘의 술친구, 사장님 추천 사케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쯤, 해장 나베가 등장했다. 칼칼한 국물은, 정말이지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맛이었다. 넉넉하게 들어간 우동 면발은 쫄깃했고, 각종 해산물과 채소는 국물에 깊은 풍미를 더했다.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손색없는 메뉴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새우튀김은, 눈앞에서 튀겨져 나오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더욱 특별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새우는 탱글탱글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새우의 풍미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튀김, 구이, 전골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주방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산토리 하이볼
음식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산토리 하이볼

함께 주문한 산토리 하이볼은, 톡 쏘는 탄산과 은은한 위스키 향이 어우러져, 음식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장님 추천의 사케 역시,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음식과 술이 함께하니,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진토닉을 주문했다. 헨드릭스 진토닉의 맛은, 정말이지 호텔 바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퀄리티였다. 상큼한 오이 향과 함께, 톡 쏘는 탄산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마무리까지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헨드릭스 진토닉
마무리를 장식한 헨드릭스 진토닉

만약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보름’의 음식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고, 맛 또한 훌륭했다. 입이 즐거운 저녁 식사였다는 데, 함께한 지인들 모두 동의했다. 좋은 술과 음식에 좋은 음악까지 더해졌다면, 정말이지 황홀한 저녁이었을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역시, 맛있는 곳은 입소문이 나는 법이다. 특히, 이곳의 시메사바(고등어 초절임)는 정말 맛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고등어 제철이 아닐 때는 맛볼 수 없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시메사바를 맛보러 와야겠다.

보름 이자카야 간판
다시 찾고 싶은 광명 맛집, 보름 이자카야

광명 어느 골목에 있기는 아까운 이자카야, ‘보름’.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서, 사장님이 추천하는 일본 사케도 맛보고, 시메사바도 꼭 먹어봐야겠다. 광명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보름’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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