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넉넉한 주말, 잊고 지냈던 대학 시절의 낭만을 찾아 이화여대 근처로 향했다. 풋풋한 설렘과 활기가 가득한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문득 허기가 졌다. 예전부터 이름만 들어왔던, 이 동네 사람들의 숨은 맛집이라는 ‘목포집’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푸근한 이름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목포집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부터 정겨움이 묻어났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벽 한쪽에는 손글씨로 삐뚤빼뚤 적힌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아구찜, 닭볶음탕, 갈치조림 등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를 고심하다, 왠지 이 집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갈치조림을 주문했다.

주문 후, 곧바로 푸짐한 반찬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김치, 시금치나물 등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집밥 스타일의 반찬들이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반찬을 뷔페식으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 자리에 앉으니, 마치 엄마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은 듯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갈치조림이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갈치와 무, 감자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양념은, 단숨에 밥 한 공기를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살짝 짭짤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갈치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신선한 갈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이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양념이 푹 배어든 무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무를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짭짤한 콩나물무침은 갈치조림의 매운맛을 중화시켜 줬고, 신선한 김치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줬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시금치나물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바로 그 맛이었다.
정신없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과식했다는 생각도 잠시, 왠지 모르게 든든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콩국수를 시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뽀얀 국물에 오이와 계란이 얹어진 콩국수의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다음에는 꼭 콩국수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계산을 하려고 여쭤보니, 사장님은 인심 좋게 “밥값은 따로 안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넉넉한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목포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과 푸근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마치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이대 근처에서 집밥이 그리울 때, 혹은 푸근한 노포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한 끼를 즐기고 싶을 때, 목포집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밥상에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아구찜과 닭볶음탕에 막걸리 한 잔 기울여봐야겠다.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