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갔던 경양식 돈까스 집의 아련한 기억. 바삭한 돈까스 위에 듬뿍 뿌려진 달콤한 소스, 따뜻한 스프 한 그릇에 행복했던 그 시절의 추억을 찾아 김천으로 향했다. 법원 근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돈까스 전문점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놓였다. 메뉴는 심플했다. 돈까스, 치즈돈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 고민 끝에,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왕돈까스와 부드러운 생선까스를 주문했다.
주문 후, 따뜻한 옥수수 스프가 나왔다. 요즘 스프를 주는 곳이 드문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를 보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차가운 날씨에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왕돈까스가 나왔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접시에 돈까스가 가득 담겨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어져 소스가 듬뿍 뿌려진 돈까스 위에는 보랏빛 흑미밥과 마카로니, 양배추 샐러드, 콘샐러드, 오이 피클이 함께 놓여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졸업식 날 먹었던, 푸짐한 경양식 돈까스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40대인 나에게는 잊고 지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비주얼이었다.
돈까스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니,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돼지고기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튀김옷은 결이 살아있어 바삭했고,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느끼함을 잡아주는, 딱 그 시절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샐러드도 신선했다. 가늘게 채 썬 양배추에 분홍색 드레싱이 뿌려져 있었는데, 돈까스의 느끼함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양배추의 식감도 좋았다. 흑미밥은 찰기가 있었고, 마카로니와 콘샐러드는 달콤했다. 오이 피클은 아삭하고 상큼했다.
왕돈까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양이 정말 푸짐했다. 아무리 대식가인 나도 우동까지 시키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는 없었다. 깍두기를 곁들여 느끼함을 달래가며, 마지막 한 조각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돈까스와 함께 주문했던 생선까스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특히 함께 제공된 타르타르 소스가 일품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생선까스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 트렌디한 돈까스 전문점들에 비하면 맛이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 돈까스는 어린 시절 먹었던 추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먹는 경험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치즈돈까스는 치즈가 빨리 굳는다는 평이 있었고, 함박스테이크는 평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우동은 전문점만큼 훌륭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왕돈까스와 생선까스에 만족했기에,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는 시도하지 않을 것 같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조리하시는 사모님께서 마스크와 머리 두건을 착용하신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위생에 신경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격은 다른 돈까스 집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의 돈까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려준 돈까스 집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김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김천 맛집이다. 그때는 왕돈까스에 우동 대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