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전쟁을 뚫고 찾아간 제천의 어느 깊숙한 산길, 그 끝자락에는 TV 속에서나 보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카우보이 그릴’이라는 이름처럼, 마치 텍사스의 어느 농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맛있는 바베큐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 찼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이런 곳에 정말 식당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그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고, 식당 입구에서는 친절한 안내원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주차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 주변 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돌과 나무로 정성스럽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드디어 식당 건물 앞에 섰다. 짙푸른 산세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식당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텍사스를 연상시키는 간판과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곳곳에 놓인 장작과 캠핑 의자는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임을 짐작하게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에는 독특한 조명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벽돌로 마감된 벽면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가마를 연상시키는 기다란 그릴은 시선을 압도하며, 텍사스 바베큐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잭플래터, 스페어립, 풀드포크 등 다양한 바베큐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우리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 잭플래터를 주문했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니, 직원분께서 맥주 팔찌를 건네주셨다. 팔찌를 이용해 원하는 맥주를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4가지 종류의 탭 맥주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맛을 조금씩 음미하며 신중하게 맥주를 골랐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잭플래터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훈연 향이 가득한 브리스킷, 스페어립, 풀드포크, 핫칠리 치킨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고, 코울슬로, 바베큐빈, 감자튀김, 모닝빵 등의 사이드 메뉴도 함께 제공되었다. 푸짐한 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가장 먼저 브리스킷을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이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훈연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육즙이 풍부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정말 맛있었다. 스페어립은 윗갈비와 아랫갈비 두 종류가 나왔는데, 윗갈비는 촉촉하고 부드러웠지만, 아랫갈비는 조금 질겨서 아쉬웠다. 핫칠리 치킨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단짠의 조화가 훌륭했다. 닭다리살을 사용해서 그런지, 퍽퍽함 없이 부드러웠다. 풀드포크는 훈연 향이 잘 스며들어 있었지만, 다른 고기에 비해 촉촉함은 덜했다.

사이드 메뉴도 훌륭했다. 바베큐빈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고, 코울슬로는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감자튀김은 케이준 양념이 되어 있어서 매콤하면서도 바삭했다. 모닝빵에 고기와 코울슬로를 넣어 햄버거처럼 만들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고기를 먹다 보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다. 그럴 땐 할라피뇨나 양파절임을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이 싹 가셨다. 특히, 양파절임은 새콤달콤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김치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쉽게도 김치는 메뉴에 없었다. 코울슬로 정도는 무한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이 꽤 많았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 우리는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 한 점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라면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곳의 라면은 신라면을 사용한다고 한다.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 맛도 진해서 정말 맛있었다. 라면을 먹으니, 비로소 식사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하늘 아래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1,000원을 내고 마시멜로 꼬치를 사서 모닥불에 구워 먹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마시멜로. 달콤한 맛과 불멍이 주는 힐링 덕분에, 행복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카우보이 그릴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캠핑하는 듯한 분위기는 정말 특별했다. 다만,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은 아쉬웠다. 1인당 5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산속에 위치해 있어서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좁아서 초보 운전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 그릴은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텍사스 바베큐를 좋아하거나, 특별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땐 꼭 예약을 미리 해서,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청풍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제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카우보이 그릴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