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유독 진하고 구수한 된장찌개가 떠오르곤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문득 일상에 지친 나를 다독여줄 따뜻한 밥 한 끼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 그런 날, 나는 망설임 없이 부산 영도로 향한다. 봉래산 자락 아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왔다식당’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닮은 스지 된장찌개를 맛보기 위해서다.
영도는 예로부터 뱃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자, 험준한 산세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봉래산 중턱에 자리 잡은 ‘왔다식당’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처럼, 찾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게 앞에 마련된 주차 공간과 바로 옆 공영 주차장이 있어, 편안하게 차를 대고 식당으로 향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갓길 주차도 허용된다고 하니, 주차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테이블이 넉넉하게 놓여 있지만,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따뜻한 밥상에 앉을 수 있다. 2층까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는 증거일 것이다.
메뉴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맑은 탕 세 가지. 하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지 된장찌개를 선택한다. 나 역시 망설임 없이 스지 된장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진다. 콩나물, 김치, 나물 등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다. 짜지 않고 슴슴한 맛이, 찌개와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비빔밥이 절로 생각나는 나물은, 그 맛이 정말 훌륭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지 된장찌개가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큼지막하게 썰린 두부와 애호박, 양파, 그리고 쫄깃한 스지가 듬뿍 들어있다. 코를 찌르는 된장의 구수한 향과,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일반 된장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다. 한우 스지에서 우러나온 육수 덕분인지, 국물이 상당히 진하고, 은은한 단맛까지 느껴진다. 땡초가 들어가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
스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젓가락으로 집어 겨자 소스에 콕 찍어 먹으니, 톡 쏘는 겨자의 향과 쫄깃한 스지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식감과 풍미가, 먹는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이곳의 스지는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스지 중에서 가장 쫄깃하고 맛있었다.
두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큼지막하게 썰린 두부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찌개 국물이 깊게 배어들어, 두부만 먹어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애호박과 양파 역시, 찌개의 풍미를 더하는 데 한몫한다.

어느 정도 스지를 건져 먹고 난 후,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찌개에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쌀알 하나하나에 찌개 국물이 깊게 배어들어, 밥알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특히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갓 지은 밥을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스지 된장찌개와 함께 라면 사리를 추가해서 먹는 것도 잊지 마세요. 쫄깃한 라면 면발이, 얼큰한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라면 사리를 넣고 끓일수록, 국물이 더욱 진하고 걸쭉해지는 느낌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마치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은 것처럼, 든든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깔끔한 된장국 식사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왔다식당’은 스지 된장찌개 외에도 스지김치전골, 스지맑은전골, 스지수육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스지수육은 잡내 없이 고소하고, 육수는 나주 곰탕 스타일의 맛이라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 3명이서 방문한다면, 스지수육 소자와 스지 된장찌개 2인분을 함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스지의 양이 조금 적다는 평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지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스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또한, 된장찌개의 맛이 평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맛이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저녁 6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늦은 저녁에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시간을 잘 확인하고 방문해야 헛걸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생 이상은 1인 1메뉴 이상 주문해야 한다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해야 한다.
‘왔다식당’은 영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특히 아침 일찍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점심시간부터는 사람이 몰려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식당 바로 옆에는 카페 볼트라는 멋진 카페가 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즐기는 것도 좋은 코스다.

‘왔다식당’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런 곳이다. 특별한 재료나 화려한 기교 없이, 오직 정성으로 끓여낸 스지 된장찌개는, 그 어떤 음식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 ‘왔다식당’은, 그래서 나에게 특별한 영도 맛집이다.
언덕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 좁은 가게 내부, 그리고 어쩌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맛.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왔다식당’을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어머니의 손맛과 같은 따뜻한 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지친 나의 일상에 위로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돌아오는 길, 봉래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푸른 바다와 웅장한 산세를 바라보며, 다음 방문을 기약한다. 그때는 꼭 스지수육과 맑은 전골을 맛봐야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따뜻한 맛을 나누고 싶다.
2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으니, 늦지 않게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왔다식당’은 내게 단순한 맛집 그 이상이다. 그곳은, 지친 일상에 쉼표를 찍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봉래산의 정기를 받아, 오늘도 힘차게 끓어오르는 스지 된장찌개처럼, 나 또한 힘을 내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봉래산 자락 아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왔다식당’. 영도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 스지 된장찌개의 깊은 맛과 따뜻한 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