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의 끝자락, 눅눅한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갈 즈음, 뜨끈한 삼계탕 한 그릇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마산에서 삼계탕으로 유명한 곳을 검색하다가,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백제령 삼계탕”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니, 도로변에 웅장한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푸르른 나무들과 기와 담장이 어우러진 풍경은,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게 했다. 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입구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고택의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대문을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사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친절한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과 나무 향이 어우러진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커다란 들보가 훤히 드러난 천장과, 창호지 문으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이 한옥 특유의 따뜻함을 더했다. 처럼 천장의 굵은 나무 기둥은 왠지 모를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삼계탕 외에도 장어구이 등 다양한 보양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삼계탕과 장어구이를 고민하다가, 둘 다 맛보고 싶어 삼계탕과 한방 장어구이를 함께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삼계탕에 송이버섯이나 전복을 추가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깍두기, 겉절이, 콩나물무침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깍두기는, 삼계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잠시 후,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장어구이가 먼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 위에, 붉은 양념이 덧발라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깻잎과 생강채가 함께 제공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장어 한 점을 깻잎에 싸서 생강채와 함께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과 장어의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쌉싸름한 생강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상추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장어구이를 음미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계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삼계탕은, 보기만 해도 몸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국물은 뽀얀 빛깔을 띠고 있었고, 닭 안에는 찹쌀과 대추, 인삼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서 맛보니,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걸쭉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닭 육수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닭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서, 뼈를 발라내기도 쉬웠다. 찹쌀은 푹 익어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대추와 인삼은 은은한 향을 더해주어, 삼계탕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삼계탕 안에는 특이하게도 파프리카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지만, 파프리카의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삼계탕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육수에는 기본적으로 간이 되어 있어서, 따로 소금을 넣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소금이나 후추를 약간 첨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처럼,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반찬이 부족한 것을 알아채고는 먼저 리필을 해주셨고, “솔”톤의 밝고 친절한 목소리로 응대해주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CS 교육을 제대로 받은 듯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수정과를 후식으로 내어주셨다. 은은한 계피 향이 감도는 수정과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전복을 추가했더니, 1인당 24,000원이라는 가격이 나왔다.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과 분위기, 서비스를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몸보신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령 삼계탕은,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한옥의 아름다움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마산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에서 보았던 고즈넉한 한옥의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쏟아지던 장맛비는 어느새 그치고, 맑고 청량한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따뜻한 삼계탕 한 그릇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