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늦가을, 문득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았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부터 벼르던 굴짬뽕 맛집이 떠올랐다. 전라남도 장성, 백양사 인근에 위치한 동서식당. 48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짬뽕 맛은 과연 어떨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장성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3시간을 넘게 달렸을까. 드디어 동서식당이 눈앞에 나타났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11시 영업 시작인데, 10시 10분에 도착했음에도 웨이팅 27번이라니.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다르구나 실감했다. 주차는 주변에 알아서 해야했고, 한 사람이 내려서 재빨리 웨이팅부터 걸어놓는 것이 요령이라고 한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낡은 테이블과 의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짬뽕, 짬뽕밥, 짜장면, 우동. 굴이 들어간 짬뽕과 짬뽕밥이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니, 굴짬뽕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20분 정도 더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굴짬뽕밥이 나왔다. 뽀얀 쌀밥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 국물이 가득 부어져 나왔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에는 신선한 굴과 해산물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젓가락으로 굴을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바다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굴 특유의 싱싱함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국물은 짜지 않고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얼큰하면서도 깔끔한 국물은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굴, 고기, 해산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짬뽕밥의 매력은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깊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잊은 채,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짬뽕과 짬뽕밥의 차이는 면에 있다고 한다. 짬뽕은 면 때문에 국물 맛이 짬뽕밥에 비해 덜하다고 하니, 짬뽕밥을 선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짬뽕밥은 다 먹을 때까지 국물 컨디션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이 좋았다.
솔직히 짜장면은 평범했다. 마늘 후레이크가 뿌려져 나오는 점은 특이했지만, 짬뽕밥에 비하면 쏘쏘. 다음에는 짬뽕밥만 두 그릇 시켜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긴 웨이팅과 3시간 운전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48년 동안 짬뽕을 만들어온 장인의 손맛은 역시 달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인생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48년 내공이 느껴지는 깊은 국물 맛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11시 8분쯤 웨이팅이 마감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루에 110팀만 받는다고 하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주말에는 더 치열하겠지.
식당을 나서 백양사로 향했다.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굴짬뽕밥의 따뜻함과 백양사의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잊지 못할 가을 여행이 되었다. 장성 맛집 동서식당, 재방문 의사 500%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굴짬뽕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에 감사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추억과 감동을 선사하는 맛.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맛집의 힘이 아닐까. 장성 백양사 근처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동서식당에 들러 굴짬뽕밥을 꼭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