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문득 코끝을 간지럽히는 묘한 향이 있다. 짜장면 볶는 냄새 같기도 하고, 갓 튀겨낸 탕수육의 달콤한 냄새 같기도 한 그 향을 따라 발길을 옮긴 곳은 바로 인천 차이나타운의 숨겨진 맛집, ‘황허장’이었다.
낡은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샛노란 바탕에 큼지막하게 쓰인 ‘황허장’ 세 글자는 마치 오래된 영화 포스터처럼 정겹다. 간판 옆에는 전화번호 ‘766-2600’이 나란히 적혀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가게 앞에는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택시 기사님들이 즐겨 찾는다는 건, 이 집이 ‘진짜’라는 증거일 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작은 홀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왁자지껄한 소리,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종업원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자스민 차가 나왔다.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중식 메뉴 외에도 잡채밥, 새우볶음밥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짬뽕과 짜장면을 ‘두 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다고 해서 그걸로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테이블에는 단무지, 양파, 춘장이 담긴 접시가 놓였다. 샛노란 단무지와 하얀 양파, 그리고 검은 춘장의 색깔 대비가 식욕을 자극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짜면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 한쪽에는 검은 윤기가 흐르는 짜장면이, 다른 한쪽에는 붉은 국물이 인상적인 짬뽕이 담겨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먼저 짬뽕부터 맛을 봤다.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맛! 텁텁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매운맛이 정말 좋았다. 짬뽕에는 호박, 당근 등 다양한 채소와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었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 덕분에 국물 맛이 더욱 깊고 풍부하게 느껴졌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해서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음은 짜장면 차례.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짜장 소스를 골고루 묻힌 후, 한 입 크게 맛봤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짜장 소스가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짜장면 역시 면발이 쫄깃했고, 짜장 소스에는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양파가 듬뿍 들어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짬뽕의 시원한 국물과 짜장면의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지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짬짜면 외에 잡채밥도 이 집의 인기 메뉴라고 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꼭 한번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since 1960s”. 6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였던 것이다. 지금 사장님은 20년째 이 곳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만큼, 그 맛과 정성은 변치 않았을 것이다.
황허장은 늦은 점심시간인 3~4시쯤 방문하면 비교적 한가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여유롭게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또한, 가게 앞에 택시들이 자주 정차하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동승자가 먼저 내려서 주문을 하고, 운전자는 주변에 잠시 주차를 한 후 들어가는 것이 팁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맛과 정성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방문한다면,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황허장’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시간과 역사가 깃든 소중한 공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