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골 장터에 갔던 기억처럼, 순창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달려, 20년 넘게 명성을 이어온 화탄매운탕을 찾아 나섰다. 강천사에서 20분 거리라니, 아름다운 사찰의 고즈넉함을 뒤로하고 얼큰한 매운탕에 대한 기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전에는 강변 옆 비닐하우스에서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는데, 이제는 화탄마을 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겨 깔끔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옛 추억이 깃든 자리에 커피숍이 들어섰다는 이야기에 잠시 아쉬움이 스쳤지만, 새로운 터전에서 이어갈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새로 이전한 건물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맑은 하늘 아래, 갓 지은 듯한 흰색 건물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건물 앞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은 따로 없어,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 차를 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넓고 깨끗한 홀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 걸 보니, 이곳이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메뉴를 미리 정하기로 했다.
메뉴판에는 메기매운탕, 빠가매운탕,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돈까스가 있었다. 2명이서 방문했기에 메기매운탕 小자를 주문했다. 가격은 3만원, 공기밥은 별도로 주문해야 했다.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지만, 맛만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김치, 콩나물, 깍두기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김치는 매운탕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 같았다. 예전에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기매운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가득 담긴 매운탕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뽀글뽀글 끓는 탕에서는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큼지막한 메기와 푸짐한 시래기가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ми думите ми. 진하고 얼큰한 국물은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민물새우가 들어가 국물 맛이 더욱 깊고 풍부했다. 텁텁하거나 느끼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짝 매콤한 맛은 아이들이 먹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기는 큼지막했지만, 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쫄깃하고 담백한 메기 살은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특히, 이 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래기는 정말 예술이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시래기는 국물 맛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시래기 자체가 맛있으니, 국물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고,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얼큰한 국물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남은 매운탕을 포장하기로 했다. 포장 용기 값 1천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지만, 이 맛있는 국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집에 가서 밥을 볶아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주변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식당 바로 앞에 흐르는 섬진강은 햇빛에 반짝이며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잠수교를 건너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예전에는 강변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앞에서 카누 체험도 할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듯했다.

화탄매운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순창 맛집임에 틀림없다. 비록 예전 비닐하우스에서 먹던 그 향수를 완벽하게 느낄 수는 없었지만,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은 여전했다. 가끔 뚝배기에서 탄 냄새가 날 때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홀 매니저가 없어 서비스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다소 혼잡하고 시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할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재방문 의사는 물론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매운탕을 즐기고 싶다.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얼큰한 매운탕을 맛보는 것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화탄매운탕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으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순창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