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 홀로 차를 몰아 나선 길. 목적지는 군위였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메기 매운탕, 그 묵직하고 얼큰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나를 이끌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우연히 발견한 ‘금상매운탕’이라는 작은 간판,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무작정 길을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군위 터미널 인근의 한적한 골목길. 낡은 기사식당 같은 외관에 처음에는 살짝 실망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예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는 꽤 넓었고,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였다. 활기찬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메기 매운탕과 메기 불고기가 대표 메뉴인 듯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메기 불고기’. 흔히 접하기 힘든 메뉴라 궁금증을 자아냈다. 잠시 고민 끝에 메기 매운탕(중)과 메기 불고기(소)를 주문했다. 혼자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이왕 온 김에 두 가지 메뉴 모두 맛보고 싶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김치, 콩나물무침,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오이무침은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젓가락이 쉴 새 없이 반찬들을 향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기 매운탕이 큼지막한 냄비에 담겨 나왔다. 냄비 안에는 메기, 수제비, 쑥갓, 팽이버섯 등 푸짐한 재료들이 가득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어 넣은 파와 다진 마늘이 넉넉하게 올라가 있었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보니,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늘을 듬뿍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은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날 것 같았다. 민물 매운탕 특유의 흙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메기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뼈가 없어 아이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수제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쑥갓의 향긋함이 매운탕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매운탕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메기 불고기가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메기 살과 양파, 팽이버섯, 깻잎 등이 철판 위에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마치 찜 요리처럼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스타일이었다.

메기 불고기는 메기 매운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양념이 맵지도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났다. 메기 살은 복어 불고기보다 더 부드러웠다. 깻잎의 향긋함이 메기 살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밥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다이어트는 잠시 잊기로 했다.
어느새 밥 두 공기를 뚝딱 비우고, 메기 불고기 양념에 볶음밥까지 추가했다. 직원분이 능숙한 솜씨로 밥과 김,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주셨다.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은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만족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음식 맛은 정말 훌륭했다. 사장님은 무뚝뚝해 보였지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빠르게 해결해 주셨다. 친절함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군위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과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완벽한 하루였다.
금상매운탕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쳐있던 나에게, 잠시나마 여유와 행복을 선물해 준 곳이다. 앞으로도 군위에 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금상매운탕에 들러 메기 매운탕과 메기 불고기를 맛볼 것이다.

진정한 맛집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가 아닌,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금상매운탕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군위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금상매운탕에서 특별한 메기 요리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